북미 비핵화협상 '장기전' 가나…폼페이오 "할 일 많이 남아있다"

대화 재개까지 주도권싸움 치열할 듯…김정은 부산 방문 가능성 낮아져

입력 : 2019-10-06 오후 1:13:0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이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요구해온 '새로운 계산법'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연말까지 끝장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과 실무협상을 했다. 김 대사는 오전 10시 협상을 시작해 2시간 뒤인 정오쯤 협상장을 떠났다. 인근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해 2시간 가량 머무른 그는 오후 2시20분경 협상장에 복귀했고, 약 4시간 뒤 협상장을 다시 빠져 나왔다.
 
김 대사는 오후 6시25분경 북한대사관에 복귀하면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직접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5분 만에 대사관 정문에서 종이로 출력된 성명서를 읽고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으로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했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북한대사관에서 미국 측을 비난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스톡홀름 노딜'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북측 대표인 김 대사는 전권을 가지고 협상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북한 체제 특성상 미국의 제안을 일단 듣고 본국에 보고한 후, 최고위층의 결단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협상결렬'을 선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역시 북한이 충분히 만족할 제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영변에 있는 주요 핵시설 해체 및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에 합의하면 섬유·석탄 수출 제재를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노이 회담 때 제시된 내용에서 크게 발전된 수준은 아니며,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안전 보장' 및 '대북제재 완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것(스웨덴 실무협상)이 오랜만에 논의할 기회를 갖는 첫 번째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양 팀이 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첫 만남들이 수주 내, 수개월 내 이뤄질 수 있는 일련의 대화들을 위한 경로를 설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결렬'을 선언하기 전에 나온 발언으로, 미국 측도 이미 자신들의 첫 제안을 북측이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사전에 예상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결국 북미는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실무협상을 거쳐 입장차를 최대한 좁히고, 연말 혹은 연초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주 내 스웨덴에서 실무협상 재개'를 요청했고, 북한도 '연말까지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한편 북미 실무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아졌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미가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는다면, 그 여세를 몰아 김 위원장이 다음 달 서울과 부산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지난 2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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