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결렬 속 '네 탓' 공방

북 "미, 빈손으로 나와", 미 "창의적 구상 가져가"…대화재개 여지는 남겨

입력 : 2019-10-06 오후 12:31:3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하노이 노딜'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은 결렬 원인을 상대방에 돌리며 비난전을 이어가면서도 대화 재개 여지는 남겼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국 협상팀과 8시간30분 동안 회담하고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김 대사는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면서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의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처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체제 보장·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상황에 따라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대화를 가졌다"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며 북한의 '빈손'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미국은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의 초청을 수락할 것을 북한 대표단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측이 이를 수용할 경우 늦어도 10월말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미 입장차는 북한의 '단계적 접근'과 미국의 '포괄적 합의'의 간극이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하노이 회담 때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북한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 결렬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양측 입장이 서로 다른 만큼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외교부는 "당장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것을 평가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의 양측 입장을 바탕으로 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 협상팀 간에는 이번 협상 전후로 시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밀히 협의해 왔다. 앞으로도 한미간 준비해 온 계획대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북한대사관에서 미국 측을 비난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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