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3일 한국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고 위기에 처했다는 일부 민간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과도한 평가고 무책임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9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 0.4%가 나오니까 어떤 민간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는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한다"며 "이는 과도하게 설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수석은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 월별 인플레이션 자료를 제시하고 "지난해 9·10·11월 소비자물가는 굉장히 높았었다"면서 이번의 마이너스 수치는 일종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동성이 큰 석유와 농산품을 제외하면 플러스 0.6%가 된다"면서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1.2%가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부연했다.
그는 "(민간 전문가들의 주장이) 일본이 앞서 디프레이션으로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험에 미리 충분한 대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한국경제는 이미 디플레에 진입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심하다는 게 제 관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수석은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제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나쁜 점을 지적하고, 나쁘다는 인식을 심으면 결국 그렇게 실현이 된다"면서 "실제로 더 나빠졌을 때 피해를 입는 중소계층과 서민경제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출처/청와대
그러면서 이 수석은 "세계 주요국가들의 과거 경제성장률과 2020년 예상 성장률 자료에 근거할 때, 수출 의존성이 큰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소위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한 7개 국가 중 한국의 성장률이 1, 2위를 다투는 것을 언급하고 "최근 제조 강국 독일의 성장률은 0.5%까지 내려갔고, 삼사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된다"면서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우리가) 상당히 선방을 하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그는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취지를 제발 '안이하게 본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보는 정부 당국자가 누가 있겠는가"라면서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더 객관적으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개별 회사가 해결할 수 없는 큰 도전이 오고 있다"면서 "노사가 합심하지 않으면 감당을 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도 자율주행차 쪽으로 발전하면서 기존 산업의 개념과는 전혀 달라지고 있다"면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의 (농성이 있었지만)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나"라며 산업계의 커다란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큰 도전을 감당하지 못하고 진다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노조원 개개인은 이런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으로서 노동자와 집단으로서의 노조가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일부 강경 노조집단에 유감을 밝혔다.
또 "일부 중소·중견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 왔지만, 여전히 준비가 부족한 기업이 있다"면서 "재계의 우려가 있음도 알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최대한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13일 오후 춘추관에서 한국의 현 경제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