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시민들이 중장년 남성의 자살을 막기 위해 정신건강 정기점진, 가족여행 지원 등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서울시는 15일 서울시청 건물에서 '2019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 프로젝트 서울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연령대 남성은 자살률이 높으면서도 자살예방센터 등 기관의 손길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해, 시민의 신선한 발상을 참고하려는 취지다.
15일 서울시청에서 시민들이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 프로젝트 서울시민 대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토론회에 앞서 전문가들은 심각한 현황을 상기시켰다. 황순찬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성은 일을 안하면 인간 관계, 사회적 관계가 없다"며 "중년 남성이 실직한지 12개월 지나면 자살 위험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 상담에 대한 낙인과 자존심 때문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다"며 "마을도서관·지역문화센터·지역 카페 등에서 가볍고 일상적으로 상담할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도 "퇴직이나 사업 실패, 부모의 죽음, 가족 불화, 질병 등 문제가 겹치면서도 도움 거절하는 집단"이라며 "시민이 해법을 제공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시민들의 원탁토론이 있었다. 참석자 90여명은 10개 테이블에 나뉘어 앉아 2시간 넘도록 토론하고, 정책 제안에 투표했다. 순위 공개는 1~3위뿐이었다.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 프로젝트 서울시민 대토론회' 과정에서 붙여진 아이디어 포스트잇. 사진/신태현 기자
가장 높은 공감을 얻은 정책은 정신건강 정기검진이었다. 2년마다 한번씩 하는 종합검진처럼 35세와 45세, 55세에 검진을 실시해 위험군을 잡아내자는 이야기였다. 뒤이어는 '셀프케어 프로그램'으로 동변상련을 겪는 중장년 남성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인생 이모작' 정책을 시행하는 서울시 50+재단이 가장 유력한 장소로 거론됐다.
가족여행 의무화는 3위로 꼽혔다. 발표자로 나선 최모씨는 "학교에서 아이와 부모를 상담하다보면, 대화 시간이 없어 서로를 생각 외로 잘 모른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며 "저 자신도 부모와 사이가 엄청 나쁘다가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해 개선했고, 비슷한 처방을 실천한 몇몇 학생도 효과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관계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며 "1박2일 가족여행을 공가로 의무화하고, 국내여행에 한해 교통비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직장 내 자살예방교육 의무화, 요리교실과 요리 경진대회, 집단상담, 중소기업 일자리 매칭 등이 각 테이블의 결론으로 도출됐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토론자들의 문제제기와 정책 제안 포스트잇을 토대로 연내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 프로젝트 대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토론 종료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