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방문에 나섰다. 17일 출국한 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와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한 뒤 23일 귀국한다.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20일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열리는 한반도 국제 평화포럼(KGFP)에 참석해 기조연설과 질의응답을 한다. KGFP는 통일부가 주최하고 USIP와 세종연구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21일에는 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한국학연구소를 방문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한반도 평화·경제'를 주제로 공개 특강을 한다.
특히 김 장관은 방미 기간 미 연방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방안과 남북 관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무부 고위급 당국자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요 인사 등과의 만남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각계 여성대표자들과 여성단체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여성 1000인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장관은 이들과의 회동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 측에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14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났고, 15일에는 남북회담본부에서 '금강산 사업자 대상 간담회'에서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14일(현지시간)일자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김 장관은 △북미 '올림픽 휴전' △한국계 미국인 북한 여행 제한 완화 등의 아이디어를 미국 측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휴전은 내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고 미국도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을 유예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가 상호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대화와 북미 비핵화 협상을 개시한 것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 여행 제한 완화'는 대북관광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광은 유엔(UN)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은 자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우선 미국이 북한에 친인척을 둔 한국계 미국인의 이산가족 상봉부터 인도주의적으로 허용하고, 차츰 북한 여행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연말 전에 협상테이블로 복귀할 것으로 믿는다"며 "두 나라가 이 기회를 놓치면 상황과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남측 당국이 침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 남측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며 자체 개발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부 측은 "정부는 금강산 관광 문제는 남북이 서로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에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의 당사자인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북측도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입장(대면논의)에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재산권 보호와 남북 간 합의라는 대원칙에 기반해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 대안을 모색하고 시행하겠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금강산관광 문제 논의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