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중소벤처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회사 구내식당을 깜짝 방문해 인근 직장인들과 점심과 차담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경기 동향이나 경영 여건, 육아와 경력 유지 등과 관련된 애로사항 등을 듣고 정부의 대책 등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대통령과의 점심'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구로구 에이스하이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오전 11시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구로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과 경력단절 여성, 장기근속자 등 10∼60대의 남녀 동수 14명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간담회로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참석자 선정 요청을 받아 구로디지털단지 측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하이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음식을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식당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 배식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식판을 들고 테이블에 앉자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휴대전화기로 현장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식사를 같이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행사와 무관하게 시민들과 만나 음식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하는 게 처음"이라며 "부담 갖지 마시고, 하고 싶으신 말씀 편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참석자들은 △워킹맘의 애로사항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어려움 △핀테크업계 규제현황 △정부 조달사업의 어려움 △중소기업 근로환경 문제 △주52시간 도입문제 △직장 내 성희롱 문제 △대체복무제 △청년맞춤형 제도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은 워킹맘 문제와 관련해 "여성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우리가 불평등한 부분이 많고, 유리천장도 분명히 있고, 그래서 성평등지수나 이런 부분에서 저희는 낮은 편"이라면서도 "발전해야 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러나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며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의 일방적인 하청으로 중소기업이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에는 "대기업이 납기에서 노동시간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지정하게 되면 또 하청은 납기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직원들이 일하게 된다"며 "또 그만큼 집의 가사, 아이를 돌보는데 어려움이 있게 되고, 이게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석한 김상조 정책실장은 "공공부문은 주 52시간제를 감안해 납품 기한을 조정해 주는 것을 지금 시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것들이 민간기업, 대기업의 경우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대중에 공개된 장소에서 국민들과 자유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광화문 직장인들과 '호프 미팅'을 하면서 최저임금 등 관련 여론을 청취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장에 밀착해서 그분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의미의 소통 행보"라면서 "국민이 계시는 곳에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서 함께 식사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과의 대화' 이후 국민들과의 대면 접촉을 더욱 더 폭넓고 다양하게 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대국민 소통 행보를 더욱 더 강화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하이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직장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