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대전에서 술 취한 60대 남성이 처음 보는 초등학교 4학년 여아의 손목을 끌고 "우리 집으로 가자"고 끌고 가려했던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학부모가 이 상황을 목격해 저지하면서 아찔한 상황은 모면했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거가 확실하다"며 풀어줘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피해학생 부모는 이에 분개해 SNS에 폐쇄회로영상(CCTV)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23일 피해부모의 게시물과 공개영상 등을 종합해보면 지난 19일 오후 4시10분께 초등학교 4학년 B양은 학원을 다녀오던 중 술 취한 A(60,남)씨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다른 학부형들이 A씨를 막아섰고, 지나가던 차량도 A씨를 막아섰다. A씨로부터 아이를 떼어 놓은 학부형이 아이를 분식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A씨는 분식집 안까지 쫓아 들어갔다.
학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전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에서는 A씨를 붙잡았으나, 이내 풀어줬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A씨는 "아이스크림을 사주려 했다"고 범행을 부인했고, 주거지가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피해부모는 "(사건)당일에도 분식점 앞 마트의 CCTV 영상을 (경찰에)제공하겠다고 했음에도 듣는 척, 마는 척 하더니 결국 집으로 귀가 시켰다고 한다"며 "담당부서가 여러 번 바뀌고, 아직 진행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제 딸은 며칠 째 잠도 잘 수가 없다. 꿈에 그 사람이 나와 무서워 자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학교 근처에는 무서워서 가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며 "이런 딸을 볼 때 하루하루 미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부경찰서 측은 "대전지방청 홍보담당관실이 모든 답변을 대신 하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결국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나흘 뒤에서야 영상을 확보했고, A씨를 미성년자 유인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 등 초등학생 대상 성범죄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큰 가운데, 경찰의 대응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9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 취한 60대 남성이 초등학교 4학년생을 데리고 가려고 하고 있다. ① 남성이 아이를 끌어안은 듯한 모습. ② 지나가던 다른 학부모가 차에서 내려 붙잡고 있다. ③ A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학부모 뒤로 아이가 숨고 있다. ④ A씨가 분식집까지 따라 들어가고 있다. 사진/영상캡처
대전=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