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중국 최대 통신기기 업체 화웨이가 온라인 시장까지 차지하며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자국에서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2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3분기 중국 온라인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26%로 1위에 올랐다. 화웨이 서브 브랜드 '아너'가 점유율 20%로 2위였는데 사실상 화웨이 관련 총 점유율이 46%로 전체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중국 온라인 휴대폰 시장에서 아너(18%)와 화웨이(10%)는 각각 2위와 4위에 그쳤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업계는 지난달 출시한 자사 첫 폴더블폰 '메이트X'의 선전 등으로 화웨이가 올해 4분기 중국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5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3분기 중국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0%(4150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지난 8월20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화웨이 캠퍼스에서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최근 화웨이의 성과는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한 돌파구로 내수 시장을 선택한 게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미국 정부는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고 화웨이와 거래하는 자국 기업들이 별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제재의 이유로 미국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등 국외로 가는 문이 막히자 화웨이는 올해 자국에 집중했다. 특히 '국내업체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내수 상품 구매 비율이 높은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마케팅을 강조했다. 미국의 제재를 역이용한 것이다. 카운트포인트리서치도 지난달 "미국의 무역제재 이후 자국 시장에 집중한 게 화웨이의 성공 요인"이라며 "내국 소비자의 애국심을 고조해 브랜드 인지도 및 판매를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라고 짚었다.
지난 5월20일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사진/뉴시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도 화웨이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화웨이가 25년 전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세제혜택 등 최소 750억달러(약 87조원)에 달하는 각종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보조금을 등에 업은 화웨이는 경쟁업체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에 통신장비를 판매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상품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높다. 중국 시장 내 자국 브랜드 비중이 높은 것도 그런 이유"라며 "이번의 경우 자국이 미국과 맞붙는 상황을 지켜본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우리라도 내수 제품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더 커졌다고 본다. 일종의 애국심과 연결된다"라고 설명했다.
멍 샤오윈(왼쪽에서 두 번째) 화웨이코리아 지사장이 지난 10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