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선포한지 1년이 지났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수많은 부문별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대기질을 달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정부는 올해를 미세먼지 감축의 해로 정하고 국민의 숨 쉴 권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30년간 환경 분야에서 활동해온 환경전문가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감축을 진두지휘한다. 도시연구소장, 공간환경학회장, NGO학회장, 내셔널트러스트 대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을 두루 거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11월 환경부 수장으로 취임한 조 장관에게 미세먼지와 먹는 물 등 국민 생존에 필수적인 이슈에 대해 물어봤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일 오후 환경부 서울종합상황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다양한 미세먼지 감축정책에도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대기질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국민체감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음을 느끼고 송구한 마음을 갖고있다. 지난 1년간 미세먼지특별법 등 미세먼지 8법이 마련됐고, 이에 환경부 주도 최초로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또 이를 집행하는 국민적 참여기구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구성이 되는 등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총력대응체제를 구축했다. 정부의 연중 미세먼지 대책에 따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6년 26㎍/㎥, 2017년 25㎍/㎥에서 지난해 23㎍/㎥로 떨어지는 등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체감이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겨울철과 이른 봄철 고농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12~3월까지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연평균 농도에 비해 15~30%가량 높다. 이에 정부는 고농도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추기 위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조치가 5등급 노후 경유차량에 대한 운행을 제한한 것이다. 전체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90%가 노후 경유차에서 나온다. 이외에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차량 운행을 스스로하는 차량 2부제도 있다. 고농도가 발생하는 기간만 제대로 잡아도 연평균 농도를 낮출 수 있다. 환경부 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날마다 계절관리제 진행상황을 점검 중에 있고 이달 중에 계절관리제 시행 한 달 성과를 종합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노후경유차도 문제지만, 핵심 배출원 중 사업장 미세먼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도적으로 규제방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부문은 산업분야다.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40%가 사업장에서 나오기 때문에 평상시 관리가 중요하다. 1~3종 대형사업장은 굴뚝자동측정장치(TMS)설치가 의무화 돼 있어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부착한 사업장은 약 560~70개로 전체 사업장의 1%밖에 안된다. 이에 정부는 사업장에 대한 배출 허용 기준을 기존보다 30% 강화했다. 평시 100을 배출했던 사업장은 70만 배출해야 한다. 또 수도권 적용했던 총량 배출제를 수도권, 중부권, 서남권, 동남권 네 군데 지정해서 확대 적용하려고 한다. 올 4월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관리할 계획으로, 이 경우 발생 미세먼지의 약 40% 정도를 저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추경 예산을 확보해 소규모 사업장에 2000개의 방지시설을 설치를 지원했고, 올해는 4000대를 지원한다. 사업장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강화돼 있다고 본다. 나아가 측정 조작과 같은 불법 측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과학적 측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공개해 기준 초과시 강화된 처벌을 부과할 경우 사업장 미세먼지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올해 미세먼지 관리의 중요한 경향성이라고 한다면 '지역 맞춤형'이다. 지난해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개소하면서 지역별 미세먼지 배출량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각 시도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미세먼지 대책은 대책대로, 자기 배출원에 대한 관리는 관리대로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전라북도 지역은 새만금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를 관리하거나 논밭 생물성 연소를 금지하는 식이다. 항만 지역에 저속 운항 해역을 확대하는 것도 대표 사례다. 준비가 안돼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등 반대 여론이 많지만 정부는 지자체가 필요한 인력과 기술 지원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청 단위 미세먼지 관리 전문인력이 80명 수준인데 이를 더 늘릴 계획이고, 지역별 전문가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결합해 지역 역량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계절관리제를 비롯한 미세먼지 총력대응체제의 안착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만한 수준으로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중국발 미세먼지 등 국외 요인 저감을 위한 협력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나.
미세먼지 국제공조는 정책의 효과를 내는 데 방점을 두려고 한다. 지난해 한·중·일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결과 서울, 대전, 부산 등 국내 주요 3개 도시에 중국발 초미세먼지(PM2.5)가 32%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개념이지만 우리가 중국 정부에 대해 미세먼지 감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된 것이다. 중국 지도부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인민의 절박한 희망이자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내적동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한·중 협력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체결한 '맑은 하늘(청천·晴天)' 계획에 따라 대기질 예보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기타큐슈에서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3국은 역내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에 인식을 공유했다. 그리고 향후 5년간 협력할 8대 협력 분야로 대기질 개선을 첫 과제로 선정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기정체, 즉 기상요인이 가장 크다. 기상요인은 기후 변화에 좌우되는 것으로 결국 미세먼지 정책은 한국, 중국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일 충남 태안 소재 한서대학교 비행장을 방문헤 미세먼지 항공관측 현장을 점검했다. 자리에서 조 장관은 국외 유입 미세먼지 파악을 위한 측정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국립환경과학원 등 관련 기관에 지시했다. 사진/환경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톤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실가스 감축 대책은.
정부가 지난 2015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마련했지만 사실상 계획이 제대로 이행점검돼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범부처 이행체계를 마련했다. 이에 1년에 7억t 넘게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연 5억3600만t으로 줄일 계획이다. 매년 부처별로 사업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국민께 공개할 것이다. 일각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여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목표는 분명 도전적일 수 있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치라 평가한다.
지난해 여름 붉은 수돗물 사태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수돗물 안전한가.
공기나 물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데 국민이 이를 불안해 한다는 것은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수 사건을 겪고 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이 나오는 꼭지까지 전체 구간을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된 게 노후관이었다. 전국적으로 상수관의 14% 정도가 노후화가 많이 진행 됐는데, 문제는 노후 상수관을 교체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굉장히 적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2028년까지 추진 예정이었던 노후관 교체와 개량사업을 2024년에 조기 완료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 상수도관리체계가 도입되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량과 수질 구역별로 관리할 수 있다. 내년 전국 40군데로 실시하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예산 집행이 가능해 추진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대담=권대경 정책부장 kwon213@etomato.com
정리=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사진=한수진 PD sjhan_12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