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이미 24일부터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돌파했다는 루머가 증권가에 파다했던 만큼 기대가 컸던 상황에 삼성전자는 어려운 반도체 산업 여건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 급의 실적을 보여주었다.
금요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4.39% 상승한 69만원으로 마감해 단기 박스권의 고점을 돌파했고 시가총액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실적에서 보았듯이 디스플레이 쪽과 핸드셋의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반도체 경쟁업체인 하이닉스가 적자폭을 확대한 상황속에서 반도체 사업부의 1900억의 흑자와 4%의 영업이익률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의 말을 빌리면 1분기 특검과 반도체 시장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이었지만 원가절감 노력과 환율효과, 경쟁사의 부진, 그리고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번 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을 냈다고 자평했다.
엘피다, 도시바,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적자폭을 확대했고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낸 것에 비해 삼성전자의 우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시장에선 반도체 사업부문의 흑자비결을 원가절감과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확대를 비결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월부터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의 상승세와 예상외의 실적호전은 과연 원가절감과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확대가 가져온 결과일까?
그렇지만 우리는 삼성전자의 상승이유를 살피기 위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삼성전자의 실적과 시장 포지션을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남다른 이유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 IT업체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사업분야는 모두 5가지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폰, LCD사업을 제외하고도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가전이라고 하는 두가지 사업부가 더 있는 것이다.
흔히 메이져 3개 분야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업부는 흑자를 내기에도 어려운 구조였지만 이번 분기에는 모두 소폭이나마 흑자를 내면서 삼성전자의 힘을 보여주었다.
또 메이져 3개 분야를 보면 이번 실적을 요약할 때 반도체의 부진을 휴대폰과 LCD가 메웠다고 표현한다. 반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준 반면 휴대폰과 LCD에서 모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크게 약진한 결과인 것이다.
반도체 사업도 뜯어보면 D램과 플래시 메모리의 부진은 다른 회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디스플레이 구동칩이나 휴대폰 용 시스템LSI분야가 양호한 실적으로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매분기 확인되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한쪽 분야가 무너지더라도 다른 분야의 선전을 통해 실적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가지 축의 동반 붕괴만 없다면 일정 수준의 이익확보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출의 변화도 제한적이고 이익의 변화도 제한적이라면 삼성전자는 시장이 IT를 주목할 때는 성장주,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고성장주에 대한 알러지 반응을 보일 때는 올해 1월과 3월처럼 실적의 항상성이 보장되는 일종의 안전자산 성격으로 종목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종목과는 무언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하겠다.
또 다른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끊임없는 투자와 R&D가 아닌가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11조원이 넘는 신규투자를 통해 글로벌 IT기업으로서의 탑클라스 위치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채찍질을 더하고 있다.
치킨게임으로 일컬어지는 반도체 시장에서도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로 기술력에서도 앞서가고 있고 생산능력 확대와 수율 개선을 통한 시장 점유율 유지에도 힘쓰고 있다.
또 이미 확보된 현금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시각보다 향후 10년, 더 길게는 반세기를 내다보며 향후 삼성전자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암중모색하고 있다는 것도 삼성전자의 다른 점이라 하겠다.
다른 IT기업이 한해 버티기에 힘겨워 하고 있을 떄 삼성전자는 안정된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를 연구하고 준비함으로써 다른 IT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힘과 내공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의 시장 장악력을 주목해봐야 하겠다.
주력분야에서 모두 삼성전자는 시장 1,2위 권의 강한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는 2위권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업계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로 대만과 일본, 유럽의 경쟁업체들을 누르고 있는 상황이여서 삼성전자의 강점은 날로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앞서가는데다 핸드폰 분야에서 모토로라를 누르고 2위를 탈환한 이후 격차를 더욱 더 벌리고 있어 신흥시장에서 약진하는 모습이 이번 1분기처럼 더 강하게 나타난다면 노키아를 누를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제조업에서의 핵심 포인트는 두가지다. 하나는 시장점유율이고 두번째는 성장하는 이머징 마켓에서의 경쟁력이라 볼 수 있는데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높은데다 최근 환율 효과로 단가가 하락한 삼성전자는 인도를 중심으로 이머징 마켓에서의 수출물량이 확대되고 있어 지금의 추세만 이어간다면 2분기 이후에도 휴대폰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삼성전자의 악재는 없는가?
이렇게 좋아만 보이는 삼성전자에도 악재는 존재한다.
가장 큰 것은 특검으로 인해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계가 무너짐으로써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확대로 선점효과를 누려왔던 삼성전자의 경영능력이 후퇴할 가능성이다. 윤종용 부회장이라고 하는 걸출한 전문경영인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래도 막후에서 가장 큰 경영지원능력을 보였던 이건희 회장의 2선 후퇴는 경영자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외국인들에세 하나의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누리고 있는 환율 효과도 달러의 흐름에 따라서 단기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상존하는데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둔화, 중국의 올림픽 특수가 마감됨으러써 실적의 둔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어야 하겠다.
그리고 2분기 이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도체 업황도 반드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를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다?
여러가지 악재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은 2009년도 기준으로 FN가이드에서 집계한 것이 12배 수준이다. 여전히 시장 밸류에이션 13배 수준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이익성장이 이머징 마켓의 성장에 기대고 있다는 점과 경영공백이 생각보다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2분기 큰 폭의 경기 하락만 없다면 아마도 삼성전자의 주도력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秦나라 말기 민란을 일으켜 황제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진승이 반란을 시작하면서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王侯將相 寧有種乎(왕후장상 영유종호) -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할 듯 하다. 지금의 시장 주도력과 지수를 이끄는 힘을 본다면 삼성전자의 시장 주도주의 자리는 내주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러한 삼성전자라도 또 한번의 금융위기가 몰아치거나 글로벌 경기의 급격한 하락이 있을 경우 이를 피해갈 방법은 없을 것이다. 다른 종목보단 영향을 덜 받을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