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들의 유니콘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제한적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1조원 상당의 '도약(Jump-up) 펀드' 조성, K-유니콘 프로젝트, 엔젤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연이어 가동해 한껏 고조된 벤처투자 열기를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벤처투자 및 2020년 모태펀드 출자계획' 발표 브리핑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유니콘을 원하는 스타트업들은 기업공개(IPO)에는 관심이 크지 않고 벤처캐피탈(VC) 투자 속에서 성장해 가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며 "중기부에서도 인수합병(M&A)을 쉽게 할 수 있는 이를테면 차등 의결권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등 의결권 제도는) 도입을 하게 되면 단점도 있겠지만 설립자 입장에서는 제한적으로라도 도입을 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올해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제도화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19년 벤처투자 실적 및 2020년 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박 장관의 이 같은 구상은 국내 벤처 투자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사실에 기인했다. 이날 중기부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등과 함께 발표한 '2019년 벤처투자 및 2018년 엔젤투자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4조2777억원으로 전년(3조4249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4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3년간 벤처투자는 매년 조 단위 숫자가 바뀔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2018년 엔젤투자는 5538억원으로 제1벤처붐이 일었던 지난 2000년의 5493억원을 18년만에 돌파하며 새 기록을 썼다. 업계에서는 올해의 벤처투자 규모가 4조60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고자 중기부는 2조원 상당의 모태펀드를 결성하는 등 스타트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2020년 모태펀드 출자계획'에 따르면 중기부는 올해 1조9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모태펀드 출자액은 사상 최대로 편성한 예산 8000억원에 회수재원을 더해 총 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모태펀드 출자 분야는 창업단계뿐 아니라 후속 도약단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편성해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촘촘한 성장지원 체계를 구성했다.
우선 출자재원의 절반 이상인 5200억원으로 창업 초기에 집중 투자할 9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창업초기, 청년창업, 지방, 여성 등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한다. 나머지 3800억원은 9500억원 규모의 도약 펀드를 조성,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들의 스케일업을 집중 지원한다.
도약 펀드는 총 2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는 DNA(데이터·네트워크·AI), 빅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성장단계로 진입하는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특정 분야의 신속한 인수합병(M&A) 등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펀드당 700억~800억원의 중규모로 총 7000억원을 조성한다. 2단계는 유니콘으로 본격 도약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펀드당 1200억~1500억원 규모의 대형 규모로 조성한다. 총 규모는 2500억원이다.
이와 함께 중기부는 벤처투자 열기를 가속화하기 위해 2월 중 'K-유니콘 프로젝트', 3월 중 '엔젤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연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K-유니콘 프로젝트는 국내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중기부의 새로운 브랜드 정책으로 유니콘 후보기업군을 집중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세부적으로는 K-유니콘 서포터즈 등을 통해 투자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빠르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엔젤투자 활성화 대책은 엔젤 투자에 국민들이 좀 더 원활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엔젤 육성과 액셀러레이터 고도화 방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벤처투자촉진법'의 하위 법령도 조속히 제정해 벤처투자 생태계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