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들이 전염병과 자연재해 등의 위험 순위에서 우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 상대국의 재난으로 중간재 수급 차질 등의 공급망 훼손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재해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대응 인프라와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8일 한국은행은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전염병과 자연재해는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1980년대 이후 기후변화 등으로 전염병과 자연재해의 발생빈도가 높아진 데다 글로벌화·도시화로 인해 전염병 확산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 위험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지만, 교역 상대국들은 그렇지 않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주요국 재해위험순위(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재해위험에서 147위인 반면, 교역 규모가 가장 큰 중국(98위)과 미국(133위), 일본(54위), 베트남(40위)은 모두 우리보다 재해위험순위가 높았다.
이에 보고서는 "핵심 부품과 소재에 대한 국산화, 거래선 다변화 등을 통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재난으로 인한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월드이코노믹포럼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자연재해와 전염병을 꼽고 있다"며 "이런 재난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전염병과 자연재해의 경제적 영향은 물적·인적 자본의 피해 여부, 경제심리 위축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해당국의 소득수준과 정부의 대응능력 등에 따라서도 경제적 여파는 달랐다. 지난 2005년 미국 카트리나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면서 회복기간이 단축됐지만, 2004년 말 남아시아 지진해일 사태는 피해국들의 경제여건이 취약해 복구가 상단기간 지연됐다.
특히 전염병은 인적·물적 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보다 주로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과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 불안심리가 크게 고조되면서 조업 중단 등의 생산차질도 생겼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사스나 신종플루 등 다른 전염병보다 전파력이 낮고 확산기간도 짧았지만 높은 치사율(20.1%)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사례다. 당시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다.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