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5부제 하는 건 좋은데, 배포 시간을 정확히 모르니 답답합니다. 직장인이라 점심시간에 나와서 운 좋게 구했지만 다음에 구매가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에는 약국마다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약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전모씨(39)씨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서 2011년생 아들 것도 함께 4장을 구매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도착한 전씨의 직장동료는 대형 마스크가 모두 동나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도매 수량, 입고 시간, 사이즈도 일정하지 않고 예상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홍연기자
실제로 오전 11시25분부터 11시45분까지 종로5가 약국 14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품절 9곳, 미입고 4곳, 1곳은 중·소형 마스크만 팔고 있었다. 마스크가 매진된 곳은 문 앞에 '오늘 공적 마스크 판매가 마감됐다'는 안내문을 붙였고, 미입고 된 곳은 '오후에 판매한다.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약국 안으로 들어와 마스크 판매 여부를 물었고, 약사들은 일일이 같은 답변을 했다. 한 약사는 피로감을 내비치며 "이제부터 한 사람이 (마스크 관련 부분은) 전담해서 말하는 게 낫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확한 입고 시간을 모르니 아예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나와 줄을 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한복집을 하는 A씨는(69) "가게 문 열고 혹시 몰라 약국이 근처라 나와봤다"라면서 "장사가 안되니까 이렇게 줄을 설 시간이 생긴다. 북한 사람이 배급받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종로5가동에 거주하는 B씨는(74) "동네 사람이라 잠깐 나왔다가 다른 약국도 다 줄을 서고 있어 단골인 이 약국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서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은 인사를 건네며 "내 자리 안 맡아뒀냐"라고 묻기도 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에 위치한 한 약국에 마스크 판매 마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홍연 기자
마스크 5부제에 대한 시민 의견도 갈렸다. 종로6가동에 거주하는 C씨는 "이전에는 약국에서 4000~5000원을 주고 샀고, 그마저도 구입하기 힘들었다. 줄 서는 게 불편해도 사긴 사니까 이게 어디냐"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번동에 거주하는 이모씨(74)는 "잇몸약 사러 왔다가 마스크도 사려 했는데 못 구했다. 줄 서고 못 구하는 건 똑같은데 뭐가 바뀐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약사들도 현재 공적마스크 판매 시행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한 약사는 "공적마스크 판매에 대한 시행방식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공식적 전달 체계가 미흡하게 여겨진다"며 "5부제는 분산판매로 더 나은 방식은 맞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약국의 본 업무는 처방조제 및 복약지도, 일반약 판매인데 마스크 때문에 본 업무에 지장이 있어 힘든 상황"이라며 "그래도 국가적 재난 상황에 이바지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늘 공적판매를 통해 공급된 마스크는 총 701만9000개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대구·경북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50만 개를 비롯해 약국에서 559만 6000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19만개, 우체국에서 14만개를 판매하고 의료기관에는 59만 3000개가 공급됐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마스크 공급량 부족 문제와 제각각인 입고 시각을 조정하지 않는 이상 시민들은 당분간 '마스크 유목민'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9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에 위치한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오후 판매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