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들 "원격 수업 시스템, 가이드라인도 없고 사용성 불편해"

잦은 오류에 기능까지 부족해 '불만'…"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

입력 : 2020-04-12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8일 유례없는 원격 개학이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준비해왔다고 자신했지만, 현장 교사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격 수업 프로그램은 낡고 불편하며,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우리가 스스로 버튼 하나, 기능 하나 다 눌러보며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원격 수업 프로그램 자체가 직관적이지 않아 공교육에서 쓰기 적합한 형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프로그램의 UX/UI가 불편하고, 오류도 잦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서 중학교 3학년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 A씨는 "초등학생 때 홈페이지 만들기를 배웠는데, EBS 온라인 클래스가 딱 그 때 만들던 홈페이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클래스가 있고, 강좌가 있고, 강의가 있는데 각각 분류도 제대로 안 돼 있고 하나하나 개설하기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중학교 2학년을 가르치는 수학 교사 B씨도 EBS 온라인 클래스 강의 개설에 어려움을 겪었다. B씨는 "강좌를 개설하고 그 안에 강의를 만들 때 강좌 구성, 강의명, 강의 스케쥴을 한 화면에서 차례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저장을 왔다갔다하며 따로 다 해야 한다"며 "개설 과정이 매끄럽지 않고, 수정하는 것은 더 어려운 데다 수정을 잘못 누르면 그전에 올린 자료가 전부 날아가기도 한다"며 불평했다. 
 
부족한 기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에서 중학교 3학년 사회를 가르치는 C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불평했다. C씨는 "네이버 밴드만 해도 투표, 출석 체크, 라이브방송 등 기능이 많은데 (EBS 온라인 클래스는) 게시글 작성 외에는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출석 체크를 하려면 '4월 9일 출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그 아래에 애들이 댓글을 달고, 출석부와 일일이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C씨는 "네이버 밴드를 하나 팠는데, 출석은 여기서하고, 강의는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하고 왔다갔다 해야 해서 아이들이 불편해 한다"고 덧붙였다.
 
원격 수업 프로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는 파일의 용량이 너무 작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도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중학교 교사 D씨는 E학습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자료나 과제 업로드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D씨는 "미술은 과제 촬영해서 올려야 하는데 자세히 보려면 고화질 사진을 올려야 하지만, 업로드 파일 크기 제한이 너무 작았다"며 "아이들에게 일일이 파일 크기를 줄여 다시 올리라고 지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자체도 불편한데 오류도 잦았다. 대다수의 교사가 로그인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다. 경기도에서 중학교 2학년 수학을 가르치는 E씨는 "지난 6일에 EBS 온라인 클래스 로그인 모의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우리 반 30명 중 7~8명이 로그인 오류가 떠서 출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C씨도 "개학 첫날 학생 23명 중 4명이 로그인이 안 돼서 늦게 들어왔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고등학교 1학년 과학을 가르치는 F씨는 "4시간 동안 로그인 시도를 했는데 안 되더라"며 "아이돌 가수 콘서트 티켓팅 하는 줄 알았다"고 한탄했다. 
 
진도율 표시도 제각각이었다. D씨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강의를 다 들었는데 진도율이 0%로 뜨는 경우가 있었다"며 "원인을 찾지 못하고 결국 해당 학생에게 새로 계정을 파 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F씨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F씨는 "학습 진도율이 보통 퍼센트로 표시되는데 어떤 애들은 100%로, 어떤 애들은 완강으로 뜨더라"며 "뭐가 다른 건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교사가 EBS 온라인 클래스 강의 동영상 업로드 중 오류를 겪었다. 사진/독자 제공
 
강의 영상 업로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사이트 요구 수준을 맞춰도 업로드가 안 되고, 저작권 문제도 피하기 어려웠다. B씨는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동영상 기준이 400mb에 20분 이하의 영상, 코덱 Aac를 다 맞췄는데도 오류가 떴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하나같이 이런 불편함이나 오류를 잡을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문제를 키운다고 꼬집었다. 서울에서 중학교 3학년 역사를 가르치는 G씨는 "원격 수업 프로그램 관련 교육을 했다고는 하는데, 그게 개학 바로 전날이어서 들을 수 없었다"고 불평했다. 인천시 교육청의 경우 지난달 유튜브를 통해 원격 수업 프로그램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지만, 원론적인 설명에 그쳐 참고하기 힘들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제 발생 시 물어볼 곳도 없었다. 각 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서비스센터 전화나 홈페이지 문의에 의존해야 하는데 문의가 쏟아지다보니 답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D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 로그인을 3일 동안 시도했는데 안 됐다. 혹시나 싶어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었더니 그제서야 되더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EBS 고객 센터에 전화했는데 며칠째 연결이 안 된다. 아직 원인이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중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H씨는 "제대로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지도 않고 교육부도 교육청도 일방적인 통보로 교육 주체인 교사들을 못살게 굴었다"며 "원격 수업 출결 관리 지침은 단위학교로 개학 바로 전날 공문이 내려왔고, 참고하라며 내려온 온라인 개학 시범학교 사례는 학년 단위 시간표 기준이었는데, 우리 학교는 반별로 서로 다른 시간표로 운영해 참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H씨는 "정책 결정자들이 단위 학교 교사가 돼 봐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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