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참패로 금융재편에 '官治'덜할 것"

선거 이후 금융권 재편 논의 본격화될 듯
우리銀 매각, KB금융회장 선출 촉각

입력 : 2010-06-03 오전 11:34:42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6.2 지방선거가 사실상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금융권 재편에도 미묘한 바람이 불고 있다. 메가뱅크, KB금융지주회장 선출 등에 관치(官治) 바람이 덜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여당 참패로 재편 과정에서 입김 덜 할 듯
 
3일 오전 최종 개표결과 여당인 한나라당은 수도권 '빅3' 중 인천시장을 제외한 2곳에서 승리했지만 고전을 면치못했고 텃밭인 경남지역에서도 광역단체장 자리를 친노 후보에게 내줬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결국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금융권 재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여당이 실질적으로 참패한 만큼 금융권 재편에 큰 입김을 불어넣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재 금융권 재편의 핵심 이슈는 자산 1위인 우리금융(053000)의 매각 방향.
 
정부가 지분 57%를 보유한 우리금융지주는 총자산만 318조원에 달한다. 현재 민영화 방식과 관련해 ▲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 ▲ 분할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선거 전만 해도 KB금융(105560), 하나금융지주(086790), 산은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합병을 통해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를 탄생시키는 안이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이같은 관(官) 주도의 합병안이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다. 때문에 지분을 쪼개 시장논리에 따라 분산매각되는 방식도 힘을 얻고 있다.
 
◇ "당국 의중 반대하기도 어려운 편"
 
KB금융 회장 인선도 큰 관심거리다.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는 4일 4명 안팎으로 줄어드는데 이날 회의에서 면접자가 선정되면 이후 회장추천위원회 면접을 거쳐 늦어도 7월 초 차기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0일 임석식 KB금융 회추위원장은 "관료 출신인사도 후보군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현재 차기 회장으로 가장 하마평이 큰  인물군(群)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등이다.
 
어 위원장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대 후배로 대표적인 MB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번 선거 결과 현 정권과의 친밀함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휘 캠코 사장의 경우 작년 회장 선출과정에서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후보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이 사장은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매제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거론되는 인물 외 전혀 다른 제3의 인물이 KB금융회장직에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시중은행의 기업 금융 담당 한 임원은 "금융권 재편의 경우 '허가' 등의 관계 때문에 관계 당국의 의중이 상당히 중요한 편"이라며 "선거 결과 개입이 덜할 수도 있겠지만 당국의 의중을 크게 거스르기도 어렵지 않나?"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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