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정부가 연이은 유가 대폭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유업계에 긴급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석유 비축시설 대여료를 감면하고, 약 1조3700억 규모 세금을 3개월간 유예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정유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추가 지원안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국내 정유업계에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유예 △대규모 석유저장시설 개방검사 유예(협의 중) 등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7일 △4~6월분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 90일 유예 △한국석유공사 비축시설 민간 임대 △전략비축유 조기·추가 구매 등의 석유업계 지원책을 낸 바 있다.
국세청도 이날 정유업계에 총 1조3745억원 규모의 유류세 납부 유예를 결정했다. 유류세의 기초가 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의 4월 납부분 기한을 오는 7월까지 3개월 연장키로 했다.
교통시설 확충 등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1리터당 529원)와 경유(1리터당 375원)에 부과된다. 특정 물품, 특정 장소입장 등에 매기는 개별소비세는 등유(1리터당 63원)·중유(1리터당 17원)·LPG(1㎏당 275원) 등에 부과된다.
국세청은 국내 정유업체 및 주류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급격한 실적 악화로 인한 일시적 자금 부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세기본법에 근거한 ‘세정지원추진단’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 정유업계는 석유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손실폭이 확대되는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상태다. 특히 업계 전반에 걸쳐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자 국제 유가가 연이어 대폭락한 탓이다.
정유업계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 3월 셋째주 이후 4월 셋째주까지 5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생산할 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누적 피해가 커지면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적자 규모가 올해 1분기에만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상태다.
앞서 국세청은 △음식·숙박업 등 코로나19 피해 납세자의 법인세·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신고·납부기한 최장 3개월 연장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및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 지급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체납 처분 유예, 저소득가구 근로장려금 신청기한 연장 등의 세정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1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 화성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175원, 경유가 995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