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10일 취임 4년차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4년차 한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 71%(한국갤럽 조사)다. 이달 30일부터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는 180석의 '슈퍼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간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단군 이래 가장 높다'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임기 말 레임덕은커녕 소위 '우리 이니(문 대통령 애칭) 하고픈 거 다 해'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후폭풍에 올해 세계 경제는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유력하다. 언제 회복될지 예측도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로 수출입 의존도가 극히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수출위축이 내수불안으로 연결되고, 일자리 감소로 전이돼 중산층 몰락과 사회 양극화 심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문 대통령은 '취임3주년 특별연설'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디지털 강국'이라는 목표를 설정했고, 그를 위한 수단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세계 최초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 등으로 IMF 외환위기를 2년 만에 극복하며 IT강국과 한류의 기반을 만들고, 기초생활보장제 도입과 의료보험 통합을 성공시킨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정부는 선택했고 집중의 시기가 왔다. 목표와 경로가 설정됐으면 이제 추진할 뿐이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2년이지만, 차기 대선을 생각한다면 정부여당이 혼연일체가 돼 일할 수 있는 시기는 단 1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끝으로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정부여당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거대한 힘을 몰아준 것은 혁명수준으로 신명나게 일해보라는 뜻이다. 과거 노무현정부시절 '4대 개혁입법'이 좌초돼 정권재창출에도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사례를 반면교사삼아야 한다. 일단 성과를 내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 있다. 좌고우면하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흔들릴 뿐이다. 이젠 좌고우면할 시간도 없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