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대한의사협회 등이 비판에 나서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가 의료 안정성을 해치고 민영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협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와 전화상담 처방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18일 회원들에게 권고문을 보내 "정부가 코로나19 국가재난사태를 빌미로 소위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들을 위한 선의로 시행되고 있는 전화상담이 비대면·원격 진료의 빌미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병원과 환자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를 통한 상담과 진료를 허용해왔다.
원격의료 논란은 지난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원격 의료체계 구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청와대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확인한 비대면 진료체계의 효용성을 들어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 오랜 논란이 된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 의료'라는 명칭을 썼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산업적 측면에서의 의료에 초점을 맞춘 개념인 반면, 비대면 의료는 코로나19 같은 비상상황이나 병원 접근이 어려운 계층에 대해 공공성을 강화한 의료혜택 차원의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협은 이날 권고문을 통해 원격의료나 비대면 의료가 여전히 의료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진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적용할 경우,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져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원격의료 제도화가) 코로나19와 필수 일반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사들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비열하고 파렴치한 배신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오늘부터 전화상담 처방의 전면 중단을 회원 여러분께 권고 드린다"며 "향후 1주일간 권고사항의 이행 정도를 평가한 뒤 전화상담과 처방의 완전한 중단, 나아가 비대면과 원격진료 저지를 위한 조치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중단과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