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자 일부 다주택자들이 빠르게 지방 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대체 투자처를 찾아 나선 것이다.
21일 온라인에 일부 부동산 카페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는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줄곧 특정 지역들이 거론되며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었다.
수백 명의 투자자가 들어가 있는 한 채팅방에서는 '다음은 울산이 날아갈 차례', '울산 선진입하신 분들 축하한다. 지금도 늦지 않은 것 같다' 등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또 다른 채팅방에서는 '부산 다시 핫하네요', '부산 가격 반등하고 나서 오히려 대구가 싸 보이네' 등의 대화가 오갔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관련 지표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값은 지난해 9월23일 상승세로 돌아선 후 올 4월 첫째 주를 제외하곤 3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의 대장 격인 문수로2차 아이파크 2단지 33평형은 이번달 2일 8억원(11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이는 1년 전 실거래가(5억5300만원, 11층) 대비 약 2억5000만원 뛴 가격이다.
인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울산 남구 쪽은 올해 초부터 투자자 문의가 계속 있었다"며 "정부 대책 발표 이후에는 물건을 찾는 전화가 평소 대비 2배 정도 는 거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투자자들 움직임이 상당히 빠르다"며 "정부에서 추가 규제가 들어올까 봐 벌써부터 매도 시점을 재는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려난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주(15일 기준) 부산 수영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48% 급등하며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상승폭은 전주(0.13%)의 약 3배에 달했다.
특히 부산 수영구를 대표하는 재건축 대장주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몸값은 지난해 말부터 크게 오르며 시장 가격을 선도 중이다. 삼익비치 47평형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후 11억(중층 기준) 내외에 거래되던 게 이번달 7일 15억원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L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올해 초 재건축 건축심의가 통과된 이후 주인들이 매물을 많이 거뒀다"며 "지금 나온 매물도 최소 거래 희망가가 17억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받쳐주는 일부 다주택자에겐 정부 규제도 별반 타격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에 돈 많은 분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며 "전세를 안 맞춰도 괜찮다 하신 분까지 봤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시장 과열 시 언제든 추가 규제 카드를 뽑아 들겠단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 의지엔 변함이 없다"며 "이번 대책으로도 시장이 안 잡히면 또다시 추가 정책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7일 수도권 전역과 청주, 대전 등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쪽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