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정부가 무리하게 적정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업체를 강력 처벌키로 했다. 특히 마감재, 방화유리 등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기준도 모든 공장·창고까지 확대한다.
또 위험한 작업의 일시·내용·기간 등의 정보를 원청이 파악해 하청업체들의 작업을 조정토록 하고 현장 감시기능도 높인다. 건설 현장 근로자의 재해보험 가입 의무화와 보험료 일부를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은 18일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공공·민간 공사에 대한 적정공사기간 산정이 의무화된다. 전문가 안전성 검토를 무시하는 등 무리한 공사 단축을 지시할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안전관리 불량 업체의 명단도 공개하는 등 발주자가 적격업체를 선정하도록 유도한다.
건설사의 근로자 재해보험 가입도 의무화한다. 대형사고 발생 때에는 적정한 보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험료 일부는 발주자인 시공사가 부담한다.
위험작업 시기 등을 실시간 파악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화재·폭발 위험작업 때에는 사전 작업시기를 신고하고 고위험 사업장, 취약시기 등을 자동 추출한 후 적시 점검을 실시해야한다. 지자체·민간순찰자·관계부처 협업체계를 구축해 위험작업에 대한 감독도 강화한다.
대형인명 사고 요인으로 꼽히는 건축자재의 화재 안전기준도 대폭 높였다.
현재 600제곱미터(㎡)이상 창고, 1000㎡ 이상 공장에만 적용한 마감재 화재안전 기준은 모든 공장·창고까지 확대된다. 샌드위치 패널 사용 때에는 '준불연' 이상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화재안전 기준이 없던 우레탄폼 등 내단열재에 대해서도 난연성능을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화재위험 작업은 안전조치를 반드시 이행한 후 작업이 진행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가연성 물질 취급작업과 화기 취급작업의 동시 작업은 금지하고, 위반 시 감리에게 공사중지 권한을 부여한다.
인화성 물질 취급작업 시에는 가스경보기, 강제 환기장치 등 안전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되, 필요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위험작업에 대한 현장 감시기능도 강화한다. 안전 전담감리를 도입해 공공공사는 모든 규모, 민간공사는 상주감리 대상공사에 배치한다. 원청에게는 사전에 위험한 작업의 일시·내용·기간 등 정보를 파악해 하청업체들의 작업조정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1월부터 법정형이 상향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하고,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사업장 안전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산안법 위반사건의 구형기준 개선을 추진하고, 양형위원회와 양형기준 개선을 협의해 나간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한 특례법 제정도 추진한다.
산안법에 따라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5년 내 사망사고가 재발할 경우 형의 절반까지 가중된다. 법인에 대한 벌금은 1억에서 10억으로 상향됐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기업의 경영책임자들이 안전을 외부의 규제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핵심가치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우리의 일터는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현장에서 실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유가족들이 검게 타버린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대책은 지난 4월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동일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마련됐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