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성공의 비결은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것"

입력 : 2020-06-23 오후 8:37:4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1999년 IMF로 대우그룹이 파산했다. 같이 일하던 동료 5명과 5000만원으로 창업을 했다. 인천 연수구청이 스타트업에 무료로 빌려주는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명동에서 신체 포기각서까지 써 보며 돈을 빌렸다. 장기 수보다 신체 포기각서가 더 많았다. 2004년 에이즈 백신 임상 3상이 실패했다. 자살을 결심했다. 차를 몰아 강에 뛰어드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고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재수가 없으니 안 되겠다 생각하며 자살 일자를 보름 뒤로 미뤘다. 
 
보름 동안 주변에 할 말이 없어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보름 뒤, 죽을 이유가 없어졌다.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던 은행에서 돈을 준다고 하고, 파트너사가 다시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직원들도 일을 더 열심히 했다. 그때 깨달았다.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구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구나, 내가 고생한 이유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구나'. 
 
"가끔 젊은이들이 성공하는 비결을 물어요. 그때마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진짜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라는 겁니다. 대신 너는 최선을 다해 실력을 갖추고,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을 고마워하라는 거죠. 곁에 아군이 많아야 합니다. 창업에서 벤처기업, 스타트업을 만드는 분들에게 내가 선배로서 조언할 것은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것을 일찍이 느끼면 고생을 더 하고, 늦게 느끼면 고생을 더 한다는 겁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이야기다. 서 회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에서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며 창업자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을 떠나지 말고,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여러분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고 조언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 회장은 이날 '새로운 도전 끝없는 혁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가급적이면 나보다 덜 고생하고 성공한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시작한 서 회장은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공유하며 스타트업을 격려했다. 
 
서 회장은 창업자들이 끈기와 근성을 갖고 주변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성공한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나 혼자 하는 것은 2%가 부족한데 다른 사람과 결합하면 시너지가 생기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고 여러분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덜 외롭고,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줄 사람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에는 도깨비방망이도, 요술방망이도 없기 때문에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10년만 참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며 "내가 먼저 갔을 뿐이고 여러분이 뒤에 가고 있을 뿐"이라며 창업가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 참석한 구강 케어 스타트업 '고차원'의 차동근 대표와 대화하며 "3개월 된 회사라면 9년 7개월만 더 고생하라. 그러면 성공한다"며  "힘들면 찾아오라. 6000만원(고차원의 초기 자본금) 한도 내에서는 도와주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생명공학을 하는 이들도 돌아보며 "언제든 우리 회사에 노크하면 투자를 하든 어드바이스를 하든 해주겠다. 생명공학 업종은 책임지고 육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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