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가계와 기업들의 빚이 늘면서 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섰다. 빚 증가세는 가팔라진 반면 GDP 성장세는 크게 둔화해서다.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명목 GDP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 비율은 201.1%로 전년동기대비 12.3%포인트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6.8%로 작년 말 95.2%에 비해 1.6%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신용 비율 역시 104.3%로 전기대비 2.5%포인트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기업실적 둔화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자금사정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늘어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충격이 올해 내내 지속되면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최대 54조원 규모의 유동성 부족 위기를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의 절반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정책당국의 지원대책, 금융기관의 신용공급 노력 등을 감안할 때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당분간 현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지원조치 종료 이후 상황 변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실적 및 유동성 사정 변화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대응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패턴, 글로벌 생산·교역구조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응한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