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선 전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경색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북미 모두 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양자 간극을 줄이고 절충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미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를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으로 확인하고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은 이미 미국 측에 전달이 됐고, 미국 측도 공감하고 현재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 대선(11월3일)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아 미국이 협상에 집중할 시간이 없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도 굳이 협상에 나올 필요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환경이기에 역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위기 △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갈등 등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반전 카드로 '한반도 문제해결'이라는 대형 외교이벤트를 노릴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가 꼭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은 과거 오바마정부 부통령 출신으로 '오바마 시대 복귀'를 내세우고 있다. 북한을 봉쇄하고 내부붕괴를 기다리는 소위 '전략적 인내'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로 '고난의 행군' 시절 이상으로 내부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남북미 정상 신뢰에 오히려 도움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대남 적대시 계획 보류'를 지시한 지난 달 24일은 공교롭게도 회고록 주요 내용이 공개된 직후다.
문제의 회고록에는 볼턴과 일본 정부의 끈질긴 방해공작에도 문 대통령이 북미 사이를 꿋꿋하게 중재하는 모습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 실패에 대한 후회와 김 위원장에게 보이는 개인적 호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노력 등도 발견된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볼턴 전 보좌관이고, 추한 사람은 아베 일본총리"라며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고, 비건 부장관은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막후에서 양자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된다.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정치적 명분'을 원하는 미국과 '실질적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다.
이와 관련해 이달 중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비건 부장관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외신에선 비건 부장관이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초안'을 기본으로 협상재개를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적극 중재에 나선다면 김 위원장도 협상재개를 긍정 검토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7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전날 회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