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제3차 북미 정상회담' 10월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특유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몸값 올리기'에 나섰다. 오는 7일 방한이 유력한 스티븐 비건 미국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오느냐에 회담 성사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7개월 만의 공개 담화를 발표하고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캠페인을 겨냥해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를 뒤흔들 'ICBM 발사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에 비건 대표가 어떤 대북 메시지를 가지고 올지 관심이 모인다. 외신 등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2박3일간 방한하며 한국의 카운터파트들과 만나고 대언론 기자회견도 한다.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임기 말이면서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를 선물로 내놓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북미 종전선언'과 '북미 대표부를 통한 외교관계 강화' 등 미국 민주당도 반대하기 어려운 '정치적 합의'를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며 '사실상의 제재완화'를 허용할 가능성에 주목된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북의 거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로 본다. 즉 미국 주도의 유엔(UN) 대북제재 그물망을 벗어날 명분과 여지가 충분히 있는 셈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정의용·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내정을 발표하며 외교안보라인을 재정비했다. 남북관계 전문성과 상징성이 강한 인사들로, 올해 안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국정원장에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왼쪽),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4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내정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