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특성화고 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서울시교육청 역점 사업이 '코로나 여파'에 막혔다. 시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할 예정이며, 외국어·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해 올해를 넘길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특성화고 국제화교육지원 사업 예산 15억2400만원의 절반이 넘는 8억원 가량을 감액 경정(감추경)하기로 19일 밝혔다. 학교 관련 항목 12억6000만원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데 따른 조치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하반기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내외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최근 학교들로부터 관련 예산을 반납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호주 및 싱가포르의 학교·직업기관의 '언택트(비대면) 교육'을 받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접었다. 비대면 환경과 영어 등의 장벽이 학생에게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국제화교육지원 사업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해외 직업체험과 취업이 핵심 정책이다. 상반기에는 직무교육에다가 외국어 및 세계시민교육 등 소양교육을 시키고 하반기에는 외국으로 나간다.
올해 선정 학교 35곳, 선발예정 학생 5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0곳 및 100여명 증가했고 현장학습 국가 역시 13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났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조용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교장은 "올해 미얀마 학교에 15명을 보내려고 했고, 베트남 호찌민 소재 학교와도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며 "학부모와 학생이 많이 아쉬워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타격을 받은 건 과거 사업 대상자들도 마찬가지다. 2018년 사업을 마치고 지난해 취업한 49명 중 대부분은 국내로 돌아왔으며, 지난해 정책에 참여하고 올해 취업이 확정된 39명은 아예 국내를 벗어나지 못해 무산됐다. 이들은 국내 취업, 군입대, 해외 재진출 등을 준비 중이다.
시교육청은 궁여지책으로 원래 상반기에 주로 진행하는 외국어 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하반기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외국어 교육의 경우, 기존 선발 인원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도 대상이 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선발 인원이 15명이었어도 예산이 허락하는 한 100명까지도 늘릴 수 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세계시민교육은 다문화교육과 결합해 교육 범위를 확대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세계시민교육은 학생이 외국에 나가서 적응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다문화교육은 국내에 있는 외국인 내지 다문화가정과 공동체에서 어울리는데 중점을 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외는 나가지 못하게 됐지만 관련 교육은 강화한다"며 "내년 대상 학교를 40곳으로 늘려 학생에게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12일 서울 노원구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불꺼진 실습장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