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수돗물 유충 우려에 생수 주가 ‘콸콸콸’…이익은 ‘글쎄’

관련기업 본업은 따로…생수 이익기여도 크지 않아

입력 : 2020-07-2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인천에 이어 서울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생수를 만들고 유통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생수 배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충 사태로 인해 식당 등에서 생수 소비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상장기업 대부분이 생수 사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데다 생수의 유통마진도 높지 않아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일 주식시장에서 광동제약(009290) 주가는 지난주보다 430원(5.4%) 뛰어오른 84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단숨에 9530원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주문이 몰리며 잠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광동제약의 주가 상승은 지난주 인천에 이어 서울 중구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유충이 왜 나왔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등 대책이 보이지 않아 시민들의 우려가 확산되자 생수 소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것이다.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생수로 음식을 조리하는 가정과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생수 판매 1위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를 유통하는 광동제약이 그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광동제약 뿐 아니라 아이시스 브랜드를 보유한 롯데칠성(005300), 백산수를 만드는 농심(004370), 동원F&B(049770)의 동원샘물, 하이트진로(000080)의 석수와 퓨리스 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매출 증가가 이들의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상장기업 중 생수 사업을 하는 모든 곳들이 주력사업이 따로 있으며, 그중에서 생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의 사업은 크게 약국영업, 병원영업, 유통영업, 생수영업으로 나뉜다. 이중 생수 1위 기업답게 생수 매출이 가장 크다.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한 5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액 중 28.5% 비중이다. 그 다음이 비타500 등의 드링크로 약국에서 34억원, 일반 소매점포 등에서 167억원을 팔아 11.2%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병원에 판매하는 면역주사제 등의 매출은 151억원(8.4%)에 불과하다. 
 
이에 제약회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데다, 생수의 경우 매출에 비해 마진이 작아 실속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제주삼다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계약을 맺는 기업이 위탁생산·유통하는 구조다. 제주도내와 대형 할인점은 공사가 직거래하고 이들을 제외한 국내 소매 판매를 광동제약이 맡고 있다. 비소매 및 업소는 LG생활건강이 공급한다. 4년 단위 계약으로 광동제약의 판매권은 내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아 한때 철수설까지 돌았지만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 경쟁업체들의 도전에 시장점유율 40%가 깨지자 가정용 배송시장에 진출, 월평균 정기배송 3만건을 넘어섰다. 또 편의점 ‘1+1’ 행사를 벌이는 등 노력 덕분에 점유율은 다시 41.3%로 올라섰다. 그 영향으로 롯데아이시스(13.3%)와 농심 백산수(8.2%)의 점유율은 잠시 주춤한 상태다.
 
그나마 광동제약은 삼다수의 존재감 때문에 이 정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에서 생수사업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2위사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아이시스의 비중은 10%에 그친다. 지난 1분기 50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탄산음료(1565억원), 주류(1383억원), 커피음료(540억원)에 이은 4위였다.
 
농심에서 백산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라면과 스낵과자에 크게 밀린다. 백산수의 1분기 매출액은 카프리썬 등 다른 음료를 모두 합쳐서 285억원, 4.1% 비중에 그쳤다. 
 
한편 이번 사태가 수돗물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수원지에서 물을 직접 채취하는 생수와 달리 수도관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정수기는 관심도가 떨어져 관련업체들의 주가 상승도 덜한 편이다.
 
코웨이(021240) 주가는 이날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최고 상승률은 3.8%에 그쳤다. 쿠쿠홈시스(284740)도 3.33%까지 올랐다가 현재 강보합권에서 거래 중이다. 
 
코웨이, LG전자, 쿠쿠홈시스, SK매직 등에 정수기 카본블록 필터를 납품하는 한독크린텍(256150)은 11.56% 급등한 2만2200원까지 올랐다가 주춤하며 4% 오름폭을 유지하고 있다. 정수기 필터 외에도 공기청정기, 냉장고, 에어컨 필터를 만들며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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