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듣는다)①이상진 신영자산운용대표

"金이라면 만지지만 말고 내 것이 되도록 낚아채라"

입력 : 2010-06-16 오후 2:32:36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단기 시황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사진, 55세)의 이른바 '투자비법'이다.
 
어찌보면 간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선 선뜻 따라하기가 쉽지 않은 방법이다.지난 5월 신영자산운용 대표에 취임한 그를 만나봤다.
 
'대표'라는 새 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투자원칙은 예전 그대로다.
 
"기업가치에 투자하는 만큼 단기 시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종목 선택은 늘 바텀업 방식으로 고르고 투자한다"
 
종목 선택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현재가치와 해당 기업이 그간 쌓아온 업력이지, 단기 시장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설명이다.
 
추가적으로 한 가지가 더 본다면 호황과 불황을 겪으면서 위기 극복 능력을 지녔는지 여부. 
 
이 대표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한 뒤에도 주가가 싸다고 판단된다면 그 때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번 물었다하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낚아채는 것도 투자의 핵심 비법이라고 조언했다. "금이라면 만지지만 말고 내 것이 되도록 집어야 한다"며 "확신한다면 과감하게 배팅하는게 투자"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같은 투자철칙은 성과로 이어지기 마련.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 '신영마라톤펀드'는 2002년 설정 이후 연평균 수익률 18%를 기록하며 매년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소 3년 이상을 보고 평가하는 '가치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성과를 내는 투자 못지 않게 고객에 대한 진심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주머니에 있는 돈 밖에 없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고객들이 내놓은 소중한 돈인 만큼 사명감을 갖고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
 
단지 상품을 위한 펀드가 아닌 투자자를 위한 진심이 담긴 펀드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고수익이 아닌 은행이자의 2배 내지는 4~5배 사이를 노리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고 노력한다"며 "매해 10%씩만 수익을 내준다면 그게 바로 베스트펀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최근 상황에 대한 투자전략도 잊지 않았다.
 
유럽발 재정리스크에 대해 "또 다른 지진을 예고하는 시그널이 아니라 금융위기라는 큰 지진 이후 발생하는 여진으로 본다"며 "글로벌 경제를 다시 침체의 늪으로 가져갈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여진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에는 대형주보다 개별 모멘텀이 있는 가치주 또는 중소형주가 선전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상진 대표는..
 
1955년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신영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증권업계에 첫 발을 내딛였다. 
 
신영증권 국제부와 인수공모부에서 근무했으며 슈로더증권에서 CIO를 거친 뒤 지난 1996년 신영자산운용 설립시 임원으로 재직, 지난 2007년부터 부사장을 지냈다.
 
신영자산운용 설립 이후 15년동안 한 우물을 파온, 이른바 '신영맨'으로 가치투자의 개념을 펀드에 도입, 신영자산운용만의 운용스타일을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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