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글로벌 의료기기 박람회를 가면 지멘스, 필립스, GE 등 큰 회사가 메인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구석에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AI) 전용 세션에 가면 뷰노나 루닛 같은 한국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한국의 AI 의료 기술은 저평가돼 있습니다. 두고 보세요. 코로나19 이후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 AI 시장이 낫다고 힘주던 곳들이 휘청휘청하고 있으니까요."
김현준 뷰노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뷰노의, 한국의 AI 의료 기술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김현준 뷰노 대표. 사진/뷰노
국내 1호 AI 의료기기 허가 획득…5개 AI 의료 솔루션 보유
김 대표는 뷰노 창업 전 10년 가까이 인공지능을 연구했다. 연구하면 할수록 AI의 힘을 확인한 그는 같이 삼성종합기술원을 다니던 이예하 뷰노 이사회 의장,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뷰노를 만들었다. 김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이 AI에서도 '의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능성 때문이다.
"창업 초기에 서울아산병원과 공동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 한 달 만에 기술 정확도를 10%p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그때 의료 쪽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단 기술과 현장의 갭이 의료에서 가장 컸습니다."
뷰노는 △뷰노메드 본에이지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뷰노메드 폐 CT AI △뷰노메드 딥브레인 △뷰노메드 펀더스 AI로 총 5개의 AI 의료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성장 질환 검사를 위해 골연령을 분석하는 솔루션으로 지난 2018년 5월 국내 1호 AI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는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관찰되는 비정상 소견을 판독하고,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뇌 MRI에서 퇴행성 뇌질환 진단을 돕는다. 올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뷰노메드 폐 CT AI와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폐결절과 망막 질환을 탐지한다.
뷰노는 5가지 솔루션 모두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전국 130여 개 의료 기관이 뷰노의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일본에서는 지난달부터 이미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고, 최근 유럽 CE 인증도 획득하는 등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상용화 두 달밖에 안 됐지만, 망막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견 12가지를 모두 탐지해서 특히 시장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뷰노는 현대 전립선 MRI나 치과 엑스레이, 생체신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뷰노메드 펀더스 AI 제품 화면. 사진/뷰노
'소견' 집중한 의료기기와 '자체 AI 엔진' 보유가 강점
현재 대부분의 AI 의료기기가 병명을 최종적으로 '진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달리 뷰노의 AI 의료기기는 '소견'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대표는 이것이 뷰노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한다. AI 의료기기가 의사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AI 의료기기는 의사들에게 진단 보조 기기이기 때문에 최종 판단에 도움 돼야 합니다. AI가 잘해서 99%를 병명을 맞춰도 딱 한 케이스에서 의사와 의견이 다르면 믿고 사용하기 힘들어지죠. 그래서 저희는 진단보다 소견에 집중했습니다. CT나 엑스레이에서 발견되는 사실을 관찰해 전달함으로써 의사가 잘 해석·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뷰노의 또 다른 장점은 독자적인 AI 엔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 소스 엔진은 사람들이 편하게 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많은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를 판매용 솔루션으로 패키징하면 용량이 지나치게 커져서 작은 디바이스에는 도입하기 어렵다. 뷰노는 자체 AI 엔진 '뷰노넷'이 있어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필요한 부분만 적용할 수 있다.
"저희가 뷰노넷을 만들 당시에는 구글의 텐서플로우 같은 오픈 소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엔진을 만들게 됐고, 2015년 이미지넷 올림픽에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중국 국정원·퀄컴 같은 큰 기관 다음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뷰노 CI. 사진/뷰노
한국,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야 선도할 조건 갖추고 있어
김 대표는 한국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야를 선도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지난 1999년부터 엑스레이나 CT 등 의료 이미지나 영상 뷰어 시스템에 수가를 줬는데, 이 때문에 엑스레이·CT 등의 디지털 전환이 빨랐다. 축적된 데이터로 학습할 수 있었기에 높은 수준의 AI 의료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다.
대형 병원이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것도 AI 의료 연구에 좋은 조건이다.
"일본은 의료 인프라가 좋은 대신 작은 병원이 많습니다. 한국은 건강보험 시스템이 잘 돼 있으니까 사람들이 큰 병원을 많이 갑니다. 그래서 서울아산병원이나 세브란스 등 상위 5개에서 10개 병원이 전국구 의료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10개, 20개 병원에서 모아야 하는 데이터를 우리나라는 1개의 대형병원이 갖고 있는 거죠."
김 대표는 이런 조건 하에서 한국 AI 의료기기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십 년 동안 하드웨어 의료기기는 지멘스·필립스·GE 등 미국 기업이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곧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시대가 옵니다. 저희는 지멘스급 규모로 성장해 글로벌 최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회사가 될 것입니다."
뷰노는 연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모두 A등급을 획득하며 심사를 통과했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 회사이니만큼 상장사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내부 시스템은 이미 다 갖추고 있다"며 "인력 채용이나 대외 신용, 수출 등 면에서 상장했을 때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