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올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최근 중부지역 집중 호우에 4호 태풍 '하구핏' 북상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인명·재산 피해 대책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계획된 휴가 일정을 취소하고 호우 피해 대처 상황 등을 점검할 것"이라며 "추후 휴가 일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주만 해도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닷새간의 여름휴가를 적극 검토했다.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8.15 광복절 대일본메시지, 부동산 문제와 남북관계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고심하고 국내관광 활성화 일정 등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당장 전국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내부 고민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소 문 대통령이 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강조해왔고, 올해 단 하루도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별도의 휴식날짜를 잡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취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국면(화이트리스트 배제)이 개시되자 문 대통령은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에서 상황을 직접 챙긴 바 있다.
2017년 여름휴가도 험난했다. 휴가 하루 전날 7월28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호'를 발사했고, 문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12시간이 지나 휴가를 시작했지만,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을 시찰하고 휴가지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방위산업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의 업무를 이어갔다.
2018년 여름휴가 때에는 휴가지에서 청와대 조직 개편과 계엄령 문건 파문, 기무사 개혁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보고받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 교민 피랍사건'에 "구출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맞춰 휴가를 냈던 참모진들의 일정도 일부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강민석 대변인 등은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맞춰 휴가지로 떠났지만, 대통령의 휴가 취소 결정에 복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호우 피해를 이유로 올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1일 문 대통령이 휴가 중 충남 계룡대 인근 군 주요시설을 방문해 시찰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