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후 서울을 덮친 전세품귀 현상이 지방까지 번지면서 '전세가뭄'이 극에 달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학군수요가 높고 정주여건이 우수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전세매물 쟁탈전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최근 20일 사이 지방 대도시 아파트 전세매물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 이상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31일부터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 11일부터는 기존 다주택자들에게 최대 12%의 취득세를 중과하면서 민간 임대시장에 전세매물 공급 요인까지 줄어들었다.
실제 해당 기간 대전 유성구 아파트 전세매물은 699건에서 527건으로 172건(24.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했다. 입주 6년 차인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 베르디움은 총 970세대 중 거래 가능한 전세매물이 1건에 불과했다.
인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면서 전세매물을 찾는 문의전화가 많아졌다"며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나오는 전세 매물이 없어 우선 기다려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근 도안6단지 센트럴시티(854세대)와 도안신도시7단지 예미지백조의호수(1102세대) 역시 전세매물은 전무했다.
시장의 이같은 분위기는 관련 지표에도 여실히 반영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셋째주(17일 기준) 대전 유성구 전셋값 상승률은 0.56%로 전국 평균 전셋값 상승률(0.17%)에 3배에 달했다. 상승폭은 지난 7월13일(0.08%→0.40%→0.44%→0.47%→0.49%→0.56%)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주 0.57%의 전세가 상승률을 기록한 울산 남구는 최근 20일 사이 아파트 전세매물이 635건에서 422건으로 213건(33.6%) 감소했다. 울산 남구의 대장 격인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597세대), 2단지(488세대)에 거래 가능한 전세매물은 단 2건뿐이었다.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괜찮은 전세매물이 나오면 전화를 달라는 대기 손님이 많다"며 "문제는 기존 임차인들이 갱신권을 사용하니 시장에 풀릴 매물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전세 수요공급 균형마저 깨져 매물 부족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이달 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7.3으로 지난 6월29일(100.4) 기준점(100)을 넘어선 후 줄곧 상승곡선이다.
전세수급동향은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우위를 뜻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지난해 11월25일(101.5) 기준점을 넘어섰고, 지방은 올해 5월11일(87.8)부터 한주를 제외하곤 1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2주 후인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업체 게시판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