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저격한 책 '격노(Rage)'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특별한 관계'가 확인되면서 '4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대선(11월3일)을 50일 앞 둔 트럼프 대통령은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쇼)'가 절실하며, 북한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쌓아온 인연이 아쉽다.
15일(현지시간) 정식 출간된 '격노'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총 18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난 지 1초 만에 마음에 든 여성'에 비유하고 "내가 그를 아는 유일한 사람", "그가 협상하려고 하는 유일한 상대"라고 자신했다.
또한 북미 정상은 2018~2019년 2년간 27통의 친서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다져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님(Mr. President)'이 아닌 '각하(Your Excellency)'로 높여 불렀다. 한미 연합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것에 "정말 매우 불쾌하다"면서 "각하와 내가 이런 솔직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엄청나게 자랑스럽고 영광이다"라고도 했다.
이에 한 외교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에서 "북미 정상 간 공식적인 대화라기보다 사적대화에 가깝다"면서 "그만큼 양측이 심리적으로 가깝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속내는 어떻든 북한 입장에서 트럼프는 자신들에게 호감이 있고 소통하려는 첫 미국 대통령"이라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울 수 있는 '4차 북미 정상회담' 혹은 그에 준하는 남·북·미 외교 이벤트가 준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동맹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대남·대미 외교를 전담하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말 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북미 혹은 남북 물밑 접촉에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9년 7월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