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내 인종차별 시위대를 '좌파 폭도'라고 비난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폭력적으로 격화된 인종차별 시위를 역사를 비하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국 교육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위대한 미국'을 강조하며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문서박물관 연설에서 "좌파 폭도들(left-wing mobs)이 남부연합 기념비를 훼손하는 등 폭력적인 무정부 운동을 벌였다"면서 "길거리 폭도들이 반대편을 침묵시키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겁줘서 미국의 가치와 유산, 삶의 방식을 포기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좌파 폭도'는 경찰에 목을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시위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과거 인종차별 문화와 유산을 철폐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도적 인종주의가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들은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성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마틴 루서 킹의 비전을 파괴하고 미국인들을 인종에 따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애국교육(patriotic education)'을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는 새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폭정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모든 인종과 피부색, 종교, 신념을 위해 우리의 역사와 나라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인종차별 시위대를 좌파로 규정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역사를 비하하는 급진적인 폭력 사태로 묘사하는 것은 미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백인 유권자들을 집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백인들 표심이 움직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6년 대선 결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은 대선을 앞두고 미 전역의 폭력시위가 악화될 수 있다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소요죄 등의 혐의로 기소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대선 정국에서 반인종차별 시위를 폭력과 손괴 등 법·질서 위반으로 매도하고 정략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 있는 한 교정국 건물이 시위대 방화로 불이 난 가운데 미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앞서 23일 차량에 탑승하려던 비무장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라는 남성이 자신의 세 자녀가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7발이나 맞는 사건이 발생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상기시키며 시위를 촉발했다. 사진/AP·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