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28일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야당과 보수언론들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47시간을 밝혀라'라는 공세가 이어지는 것에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관련한 회의를 주재하는 일련의 과정은 바로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위한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시간'은 너무 일러서도 안 되며, 너무 늦어서도 안 되는, 단 한번의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라며 "특히 한반도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게 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안보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선 강 대변인은 서해 앞바다에서 일어났고, TV로도 생중계된 '세월호 참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마치 우리 군의 코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간주하고 비판보도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바다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해역, 우리가 볼 수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군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멀리 북한 해역에서 불꽃이 감시장비에 관측됐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단지 토막토막의 '첩보'만이 존재했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북한 군이 실종 공무원을 사살한 뒤 불로 태워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접했을 때 확인이 먼저임은 불문가지"라면서 23일 새벽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도 첩보의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첩보 또는 정보의 정확성과 이를 토대로 한 사실 추정의 신빙성을 재확인하고, 사실로 판단될 경우 국민들에게 그대로 밝히고 북한에도 필요한 절차를 구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22일 오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충분한 사실관계 시간이 필요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강 대변인은 보수언론이 보여주는 '이중적 태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24일 대북메시지를 발표하자 북한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메시지'가 담긴 통지문을 보냈지만, 국내 보수언론은 의도적으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외신은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extremely unusual)"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국무부(25일) 대변인도 "이는 도움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26일자 1면에 <만행이라더니...김정은 "미안"한마디에 반색하고 나선 文정부>라는 제목의 기사 등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강 대변인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8월4일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언급하고 "우여곡절 끝에 북한 군의 '유감 표명'이 약 20일 뒤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당시 해당 언론과 또다른 언론의 평가"라며 관련 기사 제목들을 나열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과"란 말 한적 없던 北, 이번엔 명확하게 "유감 표명하겠다">, <南北 일촉즉발 위기 속, 朴대통령 '원칙 고수' 승부수 통했다>고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중앙일보' 역시 <북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 부상 유감"…북한 주어로 명시 유감은 처음>, <대화와 타협이 남북한 파국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냈다.
강 대변인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 정도가 아니라 공동보도문에 '유감'이란 단어가 들어가자 당시 언론이 내린 평가"라면서 "어제 긴급안보관계장관 회의에서 북한의 사과통지문을 '긍정평가'하고 남북공동조사와 통신선 복구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보도가 오늘 아침에 다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남북이 냉전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야한다는 것 같은 주장이 서슴지 않고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사이트 캡쳐
2015년 8월4일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한 당시 조선일보 지면 사진/인터넷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