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남 하루빨리 두 손 맞잡길"…"인민에게 면목없다" 눈물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개최…직접 도발 대신 신형 ICBM·SLBM 과시

입력 : 2020-10-11 오후 5:45:5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하루빨리 이 위기(코로나19)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핵무력과 미국을 향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다수의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다음 달로 임박한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해 메시지를 관리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의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하루빨리 이 위기(코로나19)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열병식 화면이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경제난, 수해 등으로 고통 받은 군과 인민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제대로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여러 번 울먹였다. "제가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인민 생활상이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는 '수령 무오류성'을 강조한 선대 지도자들과 다른 모습으로, 실패와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협조를 구하는 특유의 리더십을 다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열병식에는 기존 '화성-15형'보다 길이가 길어지고 두께도 굵어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다. 미 본토 전역으로 사거리가 늘어난 '다탄두 탑재형'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발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개량된 전차 및 보병 장비 등도 다수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우리의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11일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개최했다. 청와대는 "상호 무력충돌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 간 여러 합의사항들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무기체계들의 전략적 의미와 세부사항에 대해 계속 분석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에 대비한 우리의 방어 능력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취지의 김 위원장 메시지에 주목하고,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관계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하루빨리 이 위기(코로나19)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열병식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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