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하나로 논의 중인 '집단면역' 방안은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집단면역은 백신 접종 인구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나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도록 두는 것은 불필요한 감염과 고통,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단면역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미국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양성 판정 후 열흘만에 음성 확진 소식을 알린 뒤 플로리다주에서 공식 외부 유세에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공중 보건 역사상 집단면역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물론이고 발병 사태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쓰인 적은 없다"며 "집단면역 전략은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총장이 집단면역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방역 대책 중 하나로 집단면역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의학고문 스콧 애틀러스와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집단면역론을 지지해온 의학계 인사들과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러스 고문은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퍼지도록 놔두는 대신 고령층 등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하면 경제적 봉쇄를 피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구성원 대다수가 감염돼 감염병이 전파되기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보통 인구 60% 이상이 바이러스에 노출돼 항체가 생기면 집단면역을 달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얼마나 강한지, 항체가 체내에 얼마간 머무는지 등 정보가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집단면역을 대응 전략으로 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WHO의 지적이다.
앞서 코로나19에 대해 집단면역 전략을 시행한 스웨덴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사망자가 5만명이 넘게 나오면서 150년 전 대기근 이후 최다 사망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 확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열흘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 숀 콘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타인에 대한 감염성은 없다"면서 "이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과 데이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공식 외부 유세에 나섰다. 올랜도 샌퍼드 국제공항 유세 현장으로 떠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 탑승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확진 사흘만에 퇴원, 열흘만에 외부활동을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불감증'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NYT 등 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기자들과의 질의 현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마스크 끼고는 말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선거 유세를 위해 12일(현지시간)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