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이미 사죄의 마음은 표명했다. 앞으로 후손들이 패전국으로서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처하는 등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추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13일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내각은 1993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증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진실에 보다 가까이 가게 됨으로써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5년 8월14일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아베 담화'를 통해 "후손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에 산케이 신문은 언제까지 사죄외교만 반복하는 패전국으로 남아있어서는 안된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 내에서도 극우 성향의 매체로 꼽힌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인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월28일 갑작스러운 사임 표명 이후 거침없는 극우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9월 16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선출된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또 지난달 23일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2015년 한국과의 큰 현안에 대해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을 하는 합의를 만들었고 국제 사회로부터 큰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공관을 떠나기 전 꽃다발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내각은 이날 오전 임시 각의를 열고 총사퇴했으며 아베 정권의 계승을 표방하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 당시 졸속으로 체결됐던 위안부 합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 사실상 파기됐다.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는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하라고 독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는 철거 반대 청원 운동을 비롯해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려는 법적 대응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임한 아베의 극우적 발언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를 더 냉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열릴 차례인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수용가능한 조치가 없을 경우 스가 총리는 불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빌미로 우리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다.
국내 여론도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일본의 잘못은 전세계가 알고 있는데, 사죄라는 뜻을 전혀 모르네", "누가 보면 사죄한 줄 알겠네", "사죄를 제대로 한 적이나 있었냐", "아직도 대일국민을 꿈꾸나, 반민특위 부활시켜야", "침략, 노략질, 국민사육, 역사왜곡 타고난 DNA를 감출 수 있냐"며 아베 전 총리를 비난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