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언택트(Untact) 관련주로 잠깐 주목받았던 골판지 업체들이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폐지가격이 하락해 원재료비 부담이 감소하는 있는 와중에 주요 원지 생산업체인 대양제지에 화재사고가 발생, 생산을 전면중단하면서 원지 판매단가 인상을 예고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골판지 생산업체
아세아제지(002310) 주가는 이날 오전 3만950원까지 올랐다가 3% 하락전환해 오후 1시30분 현재 2만9500원에 거래 중이다. 아세아제지는 지난 5월15일 3만545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해 2만3850원까지 밀려났다가 10월12일 갑자기 14% 이상 급등한 이후로 3만원대 안착을 타진하는 중이다.
아시아제지의 주가 급등은 경쟁업체인
대양제지(006580)의 화재사고에서 비롯됐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대양제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과 내부 장비 등이 전소되는 바람에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전소 사고여서 복구와 재생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로 인해 대양제지가 생산하는 골판지 원지 조달에 차질이 생겼고 시장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택배가 급증하면서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추석 연휴 직전 우정사업본부 중부권광역물류센터에 쌓여있는 택배 우편물 모습. <사진/우정사업본부>
골판지 상자는 골판지 원단으로 만든다. 골판지 원단은 겉면이 평평한 표면지 및 이면지(라이너)와 그 사이에 끼워 넣는 구불구불한 모양의 골심지로 이뤄져 있는데, 이 표면지와 골심지가 바로 골판지 원지다.
골판지 업체들은 대개 골심지 원지와 원단, 상자를 만드는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단, 각 제조업체들을 주된 지배회사 아래 종속회사로 거느려 사업을 일관화한 형태다.
골판지 관련 업체 특히 대양제지와 경쟁하는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들은 이번 사고로 공급이 달리는 상황을 감안해 판매단가 인상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신대양제지(016590)다. 매출 규모에서는 아세아제지보다 약간 뒤쳐지지만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더 많았다. 게다가 주가(시가총액)도 아세아제지보다 낮아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종목이다.
문제는 신대양제지가 대양제지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이다. 대양제지의 주식지분 46.54%를 갖고 있다. 대양제지의 사고로 생산이 중단됐으니 이 피해가 신대양제지의 3분기, 4분기는 물론 내년 연결 실적에도 반영될 것이다. 이 때문에 대양제지 사고로 골판지 주가가 들썩일 때에도 신대양제지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아세아제지 주가는 달랐다. 사고 당일에 급등했고 이후로도 들썩이는 중이다.
아세아제지는 올 상반기 제지 부문에서 2461억원, 골판지 부문에선 19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지라고 하지만 일반 종이가 아니라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원지 시장점유율 14%를 갖고 있다. 골판지 부문은 골판지 원단과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사업이다.
회사 내부에서 골판지 원지부터 상자까지 다 만들기 때문에 원지 판매가격을 올려봤자 골판지 상자 제조원가에 반영돼 전체 이익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지만, 골판지 사업을 일관화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내부 매출비중이 크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제지부문 매출액 5890억원 중 내부매출은 3분의 1 수준인 1945억원이었으며, 골판지 부문에서는 3922억원 중 118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더 큰 것도 긍정적이다.
따라서 회재사고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는다면 아세아제지가 가장 큰 수혜업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또 다른 상장기업은
대림제지(017650)다. 아세아제지에 비해 매출과 이익 규모가 작지만 덩치에 맞게 이익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보다 많은 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해 한 해 실적을 까먹었는데 올해 4분기는 화재사고 영향으로 다를 것이다.
이밖에
한국수출포장(002200)이 원단과 상자를 함께 만드는데 상자 매출비중이 커서 아세아제지나 대림제지에 비하면 파급력이 적은 편이다.
태림포장(011280)의 경우엔 상반기 골판지 원지 매출비중이 15.68%에 그쳤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47% 비중이 올해 상반기 130%로 급증했다. 다른 사업의 적자를 골판지 원지로 줄였다는 의미다.
대양제지의 불행이 없었더라도 올해 골판지 업계의 이익은 증가할 만한 상황이었다.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데는 펄프와 폐지가 필요한데 이 원재료비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 펄프는 주로 수입하고 폐지는 수입도 하고 국내에서도 조달한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펄프와 폐지가격이 지난 2년에 비해 하락해 원재료비가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판매단가는 상승하고 원재료비는 하락한데다 택배 증가 등으로 물량은 늘고 있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할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대양제지 화재사고로 주가가 올랐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업종이 아니다 보니 잠깐 반짝 오른 뒤 조정을 받고 있다.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 증가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라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