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제로금리’의 대명사 일본의 국채금리가 한국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채가 5% 앞에서 주춤거리는 사이 일본 국채는 계속 올라 3%를 넘어섰습니다. 물가가 경제 회복 속도를 앞지른 상황을 시장금리가 반영한 결과입니다.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금리 상승세가 뚜렷해 이를 활용한 투자도 관심을 가질 만한데요. 때마침 이에 적합한 상장지수증권(ETN)이 등장했습니다.
일본 국채 ‘3%’, 한국보다 높아
메리츠증권이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4종의 ETN 신상품을 출시, 지난 30일에 주식시장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메리츠 일본 국채 10년 ETN △메리츠 3X 레버리지 일본 국채 10년 ETN △메리츠 인버스 일본 국채 10년 ETN △인버스 3X 일본 국채 10년 ETN 등입니다.
이름은 길지만 일본 국채 10년만기 금리를 활용한다는 것과, 국채금리 상승을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도 있다는 것, 또 일일 금리 등락률을 3배로 추종하는 공격적인 ETN이 정방향과 역방향 모두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확한 기초지수는 KAP 일본 국채 10년 총수익(TR)지수입니다. 이를 기초로 수익을 부풀리거나 반대 방향으로 복제합니다.
일본 국채금리를 추종하는 상장지수 상품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까진 일본의 금리가 아닌 엔화 환율 변화에 투자하는 상품이 주를 이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엔저 현상이 심화되자, 엔화가 쌀 때 매수하자는 국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엔화 투자상품이 인기를 얻었고 주식시장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자금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엔환율이 아니라 일본의 금리가 기초자산입니다. 오랜 기간 제로금리에 묶여 있어 한국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일본 국채가 금리 상승으로 투자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현재 일본 국채 금리는 꾸준히 상승 중입니다. 특히 장기물의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30년 만기 일본 국채의 경우 지난 30일 3.019%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8일 처음으로 3% 선을 넘어선 후 매일 오르내리면서도 고점을 높이는 중입니다. 이는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금리대일 뿐 아니라 현재 한국의 30년 만기 국채(2.715%)보다 훨씬 높은 금리이기도 합니다.
물론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습니다. 같은 날 일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1.565%로 30년 만기 국채의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한국 국채 10년 만기는 2.795%로 30년물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 국채 15년물은 2.156%, 20년물은 2.514%로 만기가 긴 장기물일수록 금리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물과 장기물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은 앞으로 오랫동안 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고물가에 민심 이반…기준금리 인상 전망
일본의 대표 시장금리가 이렇게 오르고 있는 것은 일본 경제, 물가 사정과 관련이 깊습니다. 일본은 지난 20일 참의원 선거를 치른 결과 집권당인 자민당이 참패했습니다. 이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퇴 요구로 이어져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집권당의 패배 원인은 많겠지만 핵심적인 배경엔 가파른 물가 상승이 있습니다. 체감 경기는 크게 좋아지지 않았는데 눈에 보이는 물가는 뛰어 민심이 돌아선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시장금리도 반응했고 일본 국채 금리도 역대급으로 상승했습니다.
물가와 국채금리 상승에 일본은행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30일과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논의 끝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올해 기존 0.25% 금리를 0.50%로 올린 후 7개월째 유지 중입니다. 애초 하루 전에 먼저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을 보고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에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강세가 계속되는 한 일본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실제로 오늘 일본은행은 2025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1%포인트 올린 0.6%로 수정했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5%포인트 높인 2.7%로 조정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다만 일본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와 물가 전망 모두 올해와 내년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밝혔습니다. 참의원 선거 후 야당이 소비세 감세를 주장하고 있는 점도 변수입니다. 15%로 확정한 대미 관세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채금리 상승엔 인버스 ETN 제격
이런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이 국내 최초로 일본 국채금리에 연동하는 상품을 낸 것입니다. 방향성이 뚜렷하다면 금리 상승과 하락은 모두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금리 상승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한다면 인버스 ETN이 적합합니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3배 레버리지 종목도 선택지에 올릴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4종의 메리츠 일본 국채 ETN이 환노출형이라는 사실입니다. 엔화가 강세로 반전한다면 즉 원엔환율이 상승할 경우 환차익을 함께 얻을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 환차손에 노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채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은데요. 이들은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길 기다리고 있지만 대미 관세 이슈로 금리 하락이 늦어져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그 중 일부는 미국채를 엔환율에 노출된 방식으로 투자 중인데요. 이들에겐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미국채 투자를 금리 상승을 노린 일본 국채 인버스 투자로 갈아탈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엔화 강세 시 환차익을 추가로 얻는다는 점은 같습니다.
(사진=메리츠증권)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