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과 LG가 경제성을 갖춘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시장에 본격 진입시키기 위해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개발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국에 내준 액정표시장치(LCD)를 뒤로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QD·양자점) 양대 구도로의 재편을 앞두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OLED TV 누적 출하량은 1032만대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대 문턱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4분기에는 성수기 특수를 받아 분기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별 출하량이 6000만대가 넘는 글로벌 시장을 생각할 때 아직 갈길이 멀지만, 지난 2013년 OLED TV를 업계 최초로 출시한
LG전자(066570)가 그간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OLED 진영의 세가 불어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들어 일본 샤프, 중국 화웨이, 샤오미 등 4개 업체가 추가로 가세해 OLED TV 세트업체는 총 19개사에 이른다.
OLED 진영을 주도하고 있는 LG는 내친 김에 앞으로 OLED TV 연 1000만대 시대를 연다는 방침이다. 성장동력은 충분하다. 그간 고대했던
LG디스플레이(034220) 중국 광저우 OLED 패널 공장이 7월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고해상도의 대형 OLED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파주와 광저우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면 연간 1000만대 이상의 OLED TV 패널(55인치 기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광저우 공장이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그간 부족했던 OLED 공급의 활로가 풀렸다"며 "앞으로 꾸준한 생산량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OLED TV 시장은 이제 어느 정도 이상의 꾸준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13조1000억원에 이르는 QD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삼성도 움직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초기 3만장(8.5세대) 규모로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계획대로라면 내년 QD 디스플레이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7월을 기점으로 8.5세대 증착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비 셋업에 돌입했다. 올 하반기 생산라인 셋업을 마무리하면 내년부터 단계별 시가동을 거쳐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라인 구축과 함께 내년 프리미엄 TV 시장 진입을 위해 QD 제품의 완성도와 양산성을 높이기 위한 막바지 기술개발에도 매진 중이다. QD 신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기존 LCD 분야 인력을 QD 분야로 전환 배치하는 한편 QD 재료연구와 공정개발 전문 인력을 신규로 채용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1일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세계 최초 QD라인에 들어갈 첫번째 설비를 입고하는 모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다만 초기 OLED가 그러했듯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를 낮추고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 대비 합격품 비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옴디아에 따르면 2월 65인치 4K TV 기준 LCD의 평균단가는 336달러(약 38만5500원), OLED는 950달러(약 109만원)였지만, QD-OLED의 경우 2092달러(약 240만원)에 달했다. 초기 낮은 수율로 고생했던 LCD와 OLED처럼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005930)가 차세대 TV로 QD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삼성전자는 두 제품의 내년 양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우선 LCD 기반의 미니 LED TV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세트 업체 입장에서 수율과 단가 문제도 있지만, 상품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QD가 내년 양산될 거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지만, 아직 패널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 않나. 확실한 양산이 되려면 앞으로 2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공정 효율화를 통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OLED와 QD 모두 양산 체제가 갖춰진다고 했을 때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이 교체되거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과 같은 작용이 필요하다"며 "LCD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기존 브라운관 TV 등의 대거 교체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 업체도 OLED 등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LCD처럼 중국과 똑같은 생산성을 갖춘 상황에서는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공정 단계에서 효율화를 제고해 단가를 낮추는 것과 같은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