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상당 부분을 인수한 것은 솔루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미래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또 상대적으로 D램에 치우쳐 있는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D램에 이어 낸드까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2위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에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낸드는 컴퓨터·휴대폰 저장 장치인 SSD,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다. 최근 SSD 안에 데이터를 읽고 쓰고 저장하게 해 '두뇌' 임무를 수행하는 컨트롤러와 이 컨트롤러를 제어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인 펌웨어가 솔루션 형태로 함께 고객사에 제공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 시장 순위를 단숨에 2위까지 끌어올리는 동시에 'D램 의존증'에서 탈피하는 효과를 거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30.1%)는
삼성전자(005930)(43.5%)에 이어 2위를 달렸으나 낸드 시장에서는 11.7%로 4위에 머무르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6위 인텔(11.5%) 점유율을 흡수해 2분기 삼성전자(31.4%)에 이어 2위였던 일본의 키옥시아(17.2%)를 제치고 글로벌 2위로 도약하게 됐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매출 15조8054억원 가운데 D램에서만 11조원(70.8%)을 벌어들이며 한쪽에 치우쳤던 수익 구조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에서 3조7568억원(23.8%)에 그쳤던 낸드 매출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그간 세계 2위였던 D램과 달리 4위였던 낸드 순위가 2위로 올라가는 만큼 메모리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이번 인수 의미를 설명했다.
인텔이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 SSD 기술력과 QLC(Quadruple Level Cell) 낸드 제품을 보유한 만큼 SK하이닉스는 이를 자사 기술과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메모리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들겠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간 SK하이닉스는 2018년 CTF(Charge Trap Flash) 기반 96단 4D 낸드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업계 최고 적층인 128단 4D 낸드를 세계 최초로 내놓는 등 시장 우위를 위해 애썼다. 이번 인수로 시장 차별화 전략이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됐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우리가 계속 주력으로 가져가야 하는 사업"이라며 "한 업체가 독주하는 것보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서로 경쟁하고 발전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일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재 가진 최고의 기술을 가져오지 않았겠나"며 "고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