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는 '공무원 사건', 북 인권문제 압박 커질 듯

강경화 장관, 공무원 형 이래진씨 만나 "최대한 협조"

입력 : 2020-10-21 오후 4:17:4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사건이 유엔총회에 상정되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외교부는 당초 조사 결과를 보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유족이 강경화 장관을 만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한 만큼 향후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공무원 형 이래진씨는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사건 진상규명과 북한 규탄 등에 있어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을 건의했다. 이씨는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유엔 관련 대응, 중국정부와의 협조, 북한 인권 문제에 강력한 항의나 성명서 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엔과 관련해서는 오는 23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유엔총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사건이 총회에서 논의되는 만큼 국제사회의 규탄을 이끌어내는 등 외교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퀸타나 보고관이 지난 6일 서울유엔인권사무소를 통해 접수된 이씨의 요청을 검토한 뒤 지난 15일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 인권문제 전반과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해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민간인 살해를 수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인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 북한 당국에 책임 규명과 유가족 배상, 재발 방지 보장을 촉구하고 남측의 협조도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이외에도 유엔의 직접 조사 등 국제사회에 개입을 촉구하는 조치를 적극 취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고문, 건강권 등 다수 주제의 유엔특별절차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44개의 주제별·12개의 국가별 절차를 두고 있는 유엔특별절차는 진정 심사 결과 사안이 심각할 경우 직접 조사 착수나 긴급 성명 발표 등의 압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에 유엔총회에서 오는 12월 채택할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번 사건 관련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친형 이래진씨가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공개 면담해 유엔 차원 대응 등 국제사회 공조를 요청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서해 소연평도 실종해역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변호인 등과 함께 22일까지 현장 조사를 하고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이씨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 서면 답변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비공개로 이뤄진 만큼 외교부는 대응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해경의 사건 조사 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만큼 조사결과와 관련한 조치를 관계 부처 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와의 협조 요청과 관련해서는 강 장관이 "이미 했는데 다시 한번 요청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씨는 시신 수색에 대한 협조 외에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나 설득 등 외교적 협조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엔 관련 외교부의 대응 수위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은 데다, 지난 13일 열린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올해도 공동제안국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씨는 이날 강 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정부 입장도 문의하고 참여도 요청한 상태다. 
 
이씨의 요청에 대한 답변과 북한인권결의안 참여 여부 등 유엔 차원의 대응 계획은 오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종합감사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면담은 국감 첫날인 지난 7일 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강 장관이 별도 면담을 갖는 것을 조건으로 성사된 바 있다. 이씨가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3일부터 월북 정황 발표 등이 섣불렀다며 정부의 대응에 불신을 표해온 만큼 야당은 투명한 조사 결과 공개와 함께 외교부의 명확한 입장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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