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의 실형이 확정된 것과 관련, 여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불행한 역사가 반복됐다"고 평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 13년 만에 진실로 밝혀졌다"며 "2008년 BBK 특검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120억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검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권력의 부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수처 출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 원수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불행한 역사"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말을 아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되풀이되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개개인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헌법 체계에서 싹트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라며 "전직 대통령이 명예롭게 은퇴한 다음 그 국정 경험을 후대에 나누며 봉사할 수 있게 되는 그 날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 전 대통령은 감옥으로 가는 길에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혜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다스 실소유자로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무참히 파멸로 몰고 갔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이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본인의 죄과에 대해 모두 달게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횡령과 뇌물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