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 3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국토교통부는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집니다"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는 3일 국토부가 발표한 모빌리티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권고안대로라면 타다 베이직에 해당하는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은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실망을 표했다. 기여금·총량·보험 등 진입 장벽이 생긴 상황에서 신사업 실험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기존 운송시장과 상생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산정했다고 해명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타입1은 문이 닫혔다"고 단언했다.
"기여금 벽 넘을 타입1 사업자, 찾기 힘들어"
서울개인택시 조합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타다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타입1의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지적된 부분은 '기여금'이다. 혁신위는 권고안에서 타입1 사업자의 기여금을 △매출액의 5% △운행횟수 당 800원 △허가대수 당 월 40만원 세 가지 방식 중 한 가지를 택하도록 정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국토부가 모빌리티 업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나온 내용 그대로다. 당시 모빌리티 업계는 매출액의 5%나 운행횟수당 800원은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당시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기여금 수준이 운행횟수 당 300원 이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혁신위 권고안에는 스타트업계의 의견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타입 1을 운영하는 김보섭 파파모빌리티 대표는 "대부분 내용에서 국토부가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면서도 "기여금 부분은 혁신위 권고안보다 낮아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코스포와 조정제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권고안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스타트업의 기여금 면제' 부분도 사라졌다. 국토부는 당초 스타트업의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타입1의 경우 99대 이하는 기여금 면제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삭제되고 99대 이하의 기여금 '2년 유예'로 변경됐다. 이에 국토부는 부실업체 난립 가능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적정 기여금 찾았다지만…타입1 진입 업체 '미미'
주차장에 멈춰선 타다. 사진/뉴시스
기여금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국토부는 기존 운송시장과 상생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을 찾았다고 설명한다. 위원회에서 해외 유사사례·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립적·균형적 시각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쳤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가지 기여금 방안 중 매출이 적을 때는 정률제로, 매출이 늘어날 때는 정액제로 업체에 유리한 방법을 택하면 된다"고 권한다.
업계는 타입1 진입 부재가 기여금 존재 자체의 부담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한다. 국토부는 혁신위 권고안과 시행령이 나오기 전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해 기업의 타입1 진출을 권했다. 그러나 현재 타입1 신청자는 파파모빌리티와 고요한M 두 곳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여금 윤곽이 나오기 전 규제 샌드박스를 진행했는데도 타입1 신청자가 없었다는 것이 타입1이 사문화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기업이 플랫폼 가맹사업(타입2)으로 몰리는 것도 타입1 사업이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타입2에 진입한 한 업체 관계자는 "여러가지 허들 때문에 타입1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 않는가"라며 "그나마 요금제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 타입2밖에 없으니까 이걸 하는 거다"고 말했다. 코스포도 "파파와 고요한M이 약 400대 허가 수준에 그친 반면, 기존 택시를 활용한 타입2는 지난 9월 말 기준 2만2158대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13배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원회의 총량 관리·타입3 중개요금 자율신고제도 우려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도로 진행된 '택시산업-플랫폼 간 상생발전 간담회'. 사진/뉴시스
업계는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 심의위원회 존재도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코스포는 "타입1의 경우 유연한 증차가 핵심"이라며 "총량의 별도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심의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부여하면 수요에 따른 총량 허가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결국 규제로 발이 묶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질적인 총량 관리·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것임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계는 확실한 총량 상한선을 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날 발표된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플랫폼운송사업면허도 택시면허와 다를 게 없다"며 "타입1도 택시총량제 상한을 지켜 허가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중개사업(타입3)에 적용된 '중개요금 자율신고제'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택시와 승객을 중개하는 플랫폼이 '택시 콜비'에 해당하는 중개요금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플랫폼이 각 서비스를 세분화해 중개비용을 차등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을 놓고 한 업계 관계자는 "좋게 말하면 택시가 꼭 필요한 사람은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이용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서비스 질 상승은 담보되지 않은 채 웃돈을 줄 때만 택시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혁신위 권고안이 결국 플랫폼 기업이 아닌 택시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혁신위 권고안을 토대로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을 마련할 방침이다.
백승근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5개월 이상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심도 깊게 논의한 결과물인 만큼 여기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이 시행령을 마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