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지하철역 및 지하도상가 등 공공시설에 입점한 점포들의 임대료를 절반 깎아주는 기준이 '주먹구구'라고 빈축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기업 이하만 지원 대상으로 삼은 기준이 경직됐을 뿐더러, 그나마도 경우에 따라 예외를 적용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산하 공기업 서울교통공사가 관장하는 지하철 1~8호선 점포 2605개 중 22.2%인 603개가 임대료 절반 감면 대상이 아닌 것으로 집계됐다. 소기업을 넘어서는 업체들이 제외된 것이다.
문제는 기업 규모가 소기업보다 크더라도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부터 9호선에서 자동판매기(자판기)를 운영하는 A업체는 해가 바뀌어 급격한 손실을 입게 됐지만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로 지원 정책에서 제외됐다.
중소기업 규모인 A업체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이래 매출 악화가 본격화됐다. 월 매출이 1억4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추락했는데 임대료 4000만원은 그대로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건비·전기세 1500만원 등 비용까지 겹쳐 적자가 2000만~3000만원 발생하고 기계 구입 비용 2억원을 메꿀 길도 난망하다.
업체 관계자는 "연 적자가 2억원이 될 전망이라 지금도 직원에게 주말 당직비를 주지 못하고, 존폐까지 걱정해야 한다"며 "다른 대기업 편의점·대학·병원에서는 임대료를 많이 삭감해줘 경영에 숨통이 트이는데 오히려 공공 부문인 서울시가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나마 소상공인·소기업만 대상자라는 기준이 일관적으로 적용되지도 않는 모양새다. 대기업 편의점 중에서 직영이 아닌 대다수 가맹점들은 개별 점포를 소상공인으로 간주해 임대료 인하 대상이 됐다.
게다가 시설을 담당하는 소관 부서들의 의지에 따라 서로 감면 정책이 달라져 형평성 문제가 심화된다. 서울대공원이나 고척스카이돔 등에서 소상공인·소기업이 아니더라도 입점 업체의 피해가 인정돼 사용료가 일부 감면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척돔 연고인 키움 히어로즈는 연 매출액이 400억원이 넘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기업 이상 일괄 구제도 고려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접었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가 더 심해지지 않는 이상 범위 확대는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의 지난 9월 공실률은 31.9%를 기록해 2018년 17.4%, 지난해 12.3%보다 현저히 높았다. 공실로 인한 손실 역시 58억원, 임대료 체납액은 10억2800만원이다.
지난 5월1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 자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