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8일 "국민은 우리에게 분명한 승리를 안겨줬다. 선거는 끝났다"며 제46대 미 대통령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이 '대선승복' 대신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을 분열이 아닌 단합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 미국이 하나 되는 대통령이 되겠다. 민주당 지지자이든, 공화당 지지자이든 간에 모든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이 해야 할 첫 과제로 코로나19 대응을 꼽았다. 그는 "일단 우리는 코로나19 억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들, 과학자들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요직에 임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 힘이 아닌 모범으로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고, 기후변화 문제에도 적극 대처할 뜻을 밝혔다.
자메이카 이민자와 인도 이민자의 딸로 미 역사상 최초 여성·흑인 부통령으로 선출된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은 "오늘 밤 모든 어린 소녀들이 미국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미국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나를 선택한 것은 희망과 단결, 품위, 과학과 진실을 선택한 것으로 미국을 위한 새로운 날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CNN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펜실베이니아(20명)와 네바다(6명)에서 승리해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270명) 이상인 279명을 확보했다. 또 역사상 가장 많은 7400만 표를 득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4명에 그쳤지만, 7000만표를 확보해 역대 공화당 후보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번 선거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단순한 팩트"라면서 "월요일(9일)부터 우리 캠프가 반드시 선거법이 완전히 지켜지고 적법한 승자가 취임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소송 사건을 추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편투표'의 법적 유효성을 둘러싼 소송전을 예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승자 확정 보도가 나올 무렵 본인 소유의 버지니아주 골프장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1896년부터 이어져온 패자가 승자에게 승복 메시지를 보내는 미 대선의 전통이 124년 만에 깨진 것이다.
현재 트럼프 캠프에서는 '대세가 기울었다'며 항복하자는 의견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관련 소송을 연방대법원까지만 끌고 가면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미 대법원의 대법관은 보수파 6명(트럼프가 3명 지명)과 진보파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만약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선거인단 투표일까지 법적분쟁이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 미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이때 하원은 각 주별로 한 표씩을 행사하는데 현재 공화당이 26개 주, 민주당이 22개 주를 차지해 공화당이 유리한 구조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며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 같이 갑시다(Katchi Kapshida)"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 글에서 축하의 원인인 '당선', '선거승리'와 같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분열이 아닌 통합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