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외교의 시대다. 대선 이후 논란은 있었지만 어쨋든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설이 군불을 피우고 있고, 강제징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스가 총리도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외교와는 완연히 다른 길을 걸어갈 태세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각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이런 기조는 지난 7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도 확인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며 "우리는 힘의 본보기일 뿐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써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의 말을 근거로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놓았다고 논평한다. 하지만 잘못된 해석이다. 어느 나라건 외교는 자국의 이익 도모가 최종 목적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자주 무리수를 뒀고, 즉흥적 판단에 근거한 소통 부재의 조치들로 인해 동맹국들의 반발을 샀다. 명분이 부족한 데 따른 결과물일 뿐이다. 즉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명분에 근거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 적극적 대처로 평가할만 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강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것을 두고 날을 세웠다. 간단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강 장관이 현 정부 국무장관을 만난다면 정권을 이양받는 측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논리다. 반대로 강 장관이 바이든 측을 만난다면 1월까지 집권하는 정부가 반기겠느냐는 게 국민의힘 얘기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지금은 트럼프측 뿐 아니라 바이든쪽 누구와도 접촉해서는 안된다. 즉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미 대선을 전후해 워싱턴에서는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 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은 바이든 당선인 측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인사까지 두루 접촉하며, 미국내 상황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을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특성에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도 발빠르게 대처를 해야 한다. 당장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 있는 듯 보여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언제든 대립과 격돌을 걷어내고 날카롭고 강한 발톱을 드러낼 수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내에 최대한 많은 지한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우군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포스트 코로나 또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의 경제 상황 변화 등 수 많은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우리 만큼은 똘똘 뭉쳐야 한다. 딴죽걸기와 몽니부리기를 하더라도 야당은 제발 앞뒤 상황 봐가면서 했으면 한다. 지금은 절체절명의 시기이다.
권대경 정경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