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LG전자(066570)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롤러블 스마트폰' 시장에 TCL과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폴더블에 이은 차세대 폼팩터 혁신으로 '롤러블'이 꼽히는 가운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사들간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롤러블폰의 공개를 예고한 '오포 이노데이' 포스터. 사진/오포
17일 안드로이드 어쏘리티 등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는 이날 '오포 이노데이 2020'을 열고 롤러블 스마트폰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오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모서리는 곡면 형태로 휘어져 있으며, 본체로부터 잡아당겨 확장되는 형태로 앞서 공개된 LG전자나 TCL과 유사한 형태다. 오포는 이 제품을 두고 "스크린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또 다른 제조사인 TCL도 앞서 슬라이딩 방식으로 확장되는 '롤러블폰' 콘셉트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TCL의 롤러블폰은 닫았을 때는 6.75형 화면이지만 펼치면 7.8형으로 확장된다. 실제 롤러블폰 시제품이 작동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공개한 것은 TCL이 처음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롤러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한 제조사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최근 유럽 특허청(EUIPO)과 국내 특허청에 각각 'LG 롤러블(Rollable)'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정식 제품 출시는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씨넷이 공개한 TCL의 롤러블 폰 콘셉트 영상. 사진/씨넷 영상 갈무리
한편 대형 패널에서도 '롤러블' 경쟁은 진행중이다. LG전자는 이미 2년 전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 세계 최초 롤러블 TV를 선보였으며, 최근 초프리미엄 라인인 'LG 시그니처'를 통해 제품을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LG전자에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 가동 지연과 롤러블 TV의 시장성 등을 감안해 출시 시기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TCL도 최근 롤러블 TV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LG전자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TCL이 자체 온라인 행사를 통해 공개한 롤러블TV 제품은 LG전자가 출시한 세로 형태의 롤러블 TV 외에도 가로로 말려 들어가는 수평형 제품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TCL이 공개한 롤러블 TV 시제품 역시 스마트폰 처럼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제조사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앞다퉈 선보이는 것을 두고 자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가 아닌 제품임에도 이를 만들어 낼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도 중국의 치킨게임에 주도권을 뺏긴 이력이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긴하지만 OLED에서는 아직까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개된 시제품들만 봐도 예상보다는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한국 기업들 역시 하루빨리 대량양산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