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재할당 대가 놓고 평행선 달리는 정부와 이통3사

과기정통부 3.2조 vs 이통3사 1.6조…두 배 이상 차이 보여
11월 말까지 정책 확정 예정인데…합의점 여전히 안갯속
전문가 "정부 방향성 칭찬하지만…경매 가격 조정은 필요해"

입력 : 2020-11-17 오후 10:17:41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문제를 놓고 열린 첫 공개 설명회에서 정부와 이통3사(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가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정부는 과거 경매로 책정된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이통3사는 과거 경매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예상 매출액의 3%로 계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고집하는 대가 규모가 두 배 이상 차이나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11월 말까지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세부 정책방안을 공유하는 공개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과기정통부 관계자와 주파수 재할당 연구반 관계자, 이통3사 및 전문가 등이 참석해 주파수 재할당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021년 6월과 12월 이용 기한이 만료되는 주파수(2G~4G) 총 320㎒폭 중 310㎒폭을 기존 주파수 이용자에게 재할당한다. 
 
현재 이통3사가 재할당 대상 주파수에 지불한 대가는 4조2000억원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재할당 대가를 최소 3조2000억원에서 최대 4조4000억원으로 산정했다. 5G 도입에 따른 기존 주파수 가치 하락을 감안해 이통3사의 5G 기지국 투자 실적과 연동해 감액을 차등 적용했다. 이통 3사가 원하는 가격은 약 1조5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사이다. 
 
과기정통부, 왜 '경매'가 아닌 '재할당' 택했나
 
이번 주파수 재할당 문제는 관할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이용 기간이 만료된 주파수를 배분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생했다. 지난 2011년 주파수 경매제도가 도입된 이후, 경매 낙찰 이력이 있는 주파수는 과거 경매가를 반영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했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이런 방식이 적용됐다. 당시 주무 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 3사의 예상 매출액과 과거 낙찰가를 50%씩 반영해 주파수 재할당 가격을 책정했다. 
 
과기정통부가 경매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LTE에서 5G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여유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초기 5G 서비스는 LTE(4G)망을 코어망으로 이용하는 '논 스탠드 어론(NSA)' 방식으로 운영된다. 4G망 없이 5G 서비스를 할 수 없는 '다중 이용 복합망 환경'으로 접어든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두 망이 공존하다가 기지국 투자가 확대되면 4G 망 사용이 서서히 줄 것이고, 이 때문에 기존 사업자에게 망을 '재할당'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5G 투자 늘면 기존망 가치 조정 반영…이용기간 탄력적용도 허용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과거 경매가를 100% 반영해 산정했다. 경매가가 시장 가격을 가장 잘 반영했다고 판단한 데다, 재할당되는 주파수 모두 과거 경매 낙찰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산정된 경매 참고가격은 약 4조4000억원이다. 가치 조정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수익성 변화·경쟁성 가치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재할당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가치가 하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려 과거 경매 낙찰 가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파법 제11조 3항에 따르면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재할당의 대가를 산정해야하고, 시행령 14조에는 경매 사례가 없으면 시행령 별표3에 따라 산정하며, 경매 사례가 있으면 이를 고려해 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파법 연구반을 운영했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지환 전파정책연구실장은 "조문에서 별표3이 원칙이고 경매 낙찰가는 예외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저희는 이것이 반드시 원칙과 예외 관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대신 5G 도입 확대로 기존 주파수 가치가 변동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5G 무선 기지국 구축 정도에 따라 옵션 가격을 조정 제시한 것이다. 5G 무선 기지국이 없을 경우 약 4조4000억원의 할당대가가 산정되고, 오는 2022년 말까지 무선국 구축 수량을 점검해 구간 옵션 가격을 확정 및 정산한다. 단위 구간 3만국 당 약 3000억원씩의 할당 대가를 감해주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는 LTE 전국망 기준 무선국 수가 15만국인 점을 고려해 옵션 최대치를 정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5G 무선국을 15만국 이상 만들면 약 3조2000억원까지 가격이 조정된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전문가 설문이나 회계보고서 등으로 추정 계산해 약 27%의 조정비율을 반영한 결과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약 5만국의 5G 무선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파수 재할당 가격은 3조9000억원부터 시작된다. 
 
재할당 주파수 이용기간의 탄력적 적용도 허용한다. 5G 도입이 가속화돼 예상 기간보다 기존 주파수 사용이 빨리 줄어드는 경우도 고려한 것이다. 사업자는 주파수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간을 5~7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5G 조기 전환으로 여유 주파수가 빠르게 발생하면 재할당 3년 이후부터는 이용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이통3사 "과거 경매가는 과열된 가격…5G 투자 조건도 이중 의무"
 
과기정통부의 주파수 재할당 공개설명회에 참석한 이통3사 임원들. (왼쪽부터)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보,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 상무,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 사진/배한님 기자
 
이통3사는 절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파수 경매 당시 가격은 구조적 경쟁 구도로 인해 과대 측정된 가격이며, 4G망 가치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3사는 이 때문에 전파법 시행령의 별표3에 따라 예상매출액의 3%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령 과거 낙찰가격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지난 2016년 재할당 때처럼 최대 50%까지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주파수 대가를 정하는 데 향후 사업 전망이나 매출 지표가 참고가 되기보다 과거 경매 결과, 특히 10년이나 된 과거 수치들을 그대로 레퍼런스로 가져와 적용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 상무도 "2011년 이후 신규 주파수 경매가 4번 있었고, 지난 2016년 재할당 당시 지난 3번의 경매 가격을 보정해 적용했다"며 "그대로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다른 방법을 적용하면 사업이 예측 불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김 상무는 "법에 나와있는 대로라면 1년 전에 사업자에게 알려주고 협의해야했다는데 이마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통3사는 5G 투자 조건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 5G망을 할당받으면서 망 구축 의무를 받았는데, 여기에 추가로 기지국 구축을 옵션으로 달면 이중 의무를 지게 된다는 이유다. 
 
김순용 상무는 "이미 2년간 3조원의 5G 지원을 했다"며 "이미 구축 의무를 받은 주파수에 망 구축 부담을 추가로 지는 것은 이중 부담이다"고 했다. 
 
이통3사는 2022년까지 약 2년 안에 지금의 15만개까지 무선 기지국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는 입장이다. 김순용 상무는 "KT가 LTE를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약 12만국의 전국망을 깔았다"며 "5G 장비 하나 가격이 LTE 장비의 두배가 넘는다. 정부 제시 규모가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보도 "5G 기지국을 하나 구축하는 데 2000만원이 든다"며 "10만국을 추가로 만들면 그 비용은 2조다"고 덧붙였다. 
 
김윤호 상무보는 "차라리 5G 트래픽을 기준으로 할당 대가를 산정해 차감해달라"며 "우리 회사 기준으로 5G 트래픽이 전체의 30%를 넘었는데, 트래픽도 요금 수익에 반영된다"고 제시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방향성은 칭찬하나…과거 경매 가격 보정은 필요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도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파수 이용 기간을 유동적으로 적용한 부분이나, 5G 무선 기지국 구축에 정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등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주파수 가치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연구반에서 충분히 논의했겠지만, 정부가 제시한 기초가액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4.4조와 3.2조라는 가격 산정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충분히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시강 홍익대 교수도 "현재 가장 간극이 큰 부분은 5G 도입에 따른 주파수 가치 변화"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히 1.8㎓ 대역은 경매 과정에서 과열 되게끔 설계됐었던 만큼 이를 보정·수정 않고 그대로 차후 가격으로 삼는 것은 너무하다"며 "주파수의 단위 생산성이나 가치 차이가 있고 상황이 변경됐는데 오늘 발표된 제안에 그 점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했다. 
 
정부와 이통3사가 좀 더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를 논의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계획대로라면 과기정통부의 앞으로 약 보름 후,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확정짓게 된다. 짧은 시일을 남기고 첫 설명회가 열렸기 때문에, 이날 발표된 방안이 정부의 최종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나온 의견을 취합해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지만, 업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정영길 과장은 "정부의 국가적 효율성과 사업자의 효율성이 원칙적으로 생각 차이가 있는 것도 당연하며 최대한 균형을 이루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각론적으로 검토해야할 사항이 있어 보이는데 나온 이야기를 잘 담아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사업자가 재할당 신청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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