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휩쓸린 미국과 유럽 주요국 의료 체계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도 3차 대유행을 막지 못할 경우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인용해 전날 미국에서 16만193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사망자는 1707명으로, CNN은 1분당 1명꼴로 코로나19에 희생된 셈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2주 내내 매일 1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루 6~7만명의 입원 환자가 쏟아지면서 수용 능력은 한계에 다달았다. 빠르게 증가하는 환자로 중증 환자 진료는 사실상 포기했단 증언이 나왔다. 또 중환자실을 '시신 구덩이'로 부른다는 현장 간호사 폭로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지도 했다. 노스타코다주에서는 의료진이 감염돼도 무증상일 경우 계속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타주에서는 간호학과 학생들을 일선 병원에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유럽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는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섰다. 입원 환자는 3만5000명이 넘으면서 1차 유행 때인 지난 4월4일 최고치(3만304명)를 경신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인근 지역 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 점유율이 75%를 넘어서면서 어린이·노인 병동, 수술실까지 코로나 병동으로 전환했다.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는 99%, 피에몬테주는 92%에 달해 정부가 정한 임계치 기준(40%)을 2배 이상 넘어섰다. 이에 다른 질병의 환자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프랑스는 현재 전체 중환자실의 약 85%, 파리 수도권은 92%가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졌다. 북동부 지역과 벨기에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접경국 독일로 환자 후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독일 병실 상황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인구가 가장 많은 베를린 등 3개 주의 경우 중환자실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있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계속해서 가을~겨울의 대유행 우려했다. 코로나19 전 세계 유행 상황들이 이미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패턴들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91명, 205명, 208명, 222명, 230명, 313명, 343명으로 증가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지만 전국적인 확산 탓에 차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독감도 봄에는 치사율이 낮았는데 가을에 접어들며 치사율이 높아졌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번 겨울의 유행 규모는 지난 2∼3월, 8∼9월의 규모와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3차 대유행 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의료 시스템 붕괴"라며 "우리나라 역시 3차 유행이 발생하면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일손이 부족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희생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KBS '사사건건 플러스'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그나마 2차 유행을 잘 막아냈다. 하지만 지금 만약 3차 유행의 커브들, 특히 가을과 겨울을 맞으면서 생기는 3차 유행의 커브를 잘 막지 못하면 우리도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를 잘해야 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뉴욕주립대학(NYU) 랭건의료센터 응급실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