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A양과 관련된 국민청원이 마감을 앞두고 극적으로 동의 기준을 넘겼다. 분노한 여론과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 청원 참여 운동이 청와대 답변을 끌어내게 됐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세 차례나 신고돼 살릴 수 있었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법을 강화해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청원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글에서 "올해 2월 30대 부부에게 입양된 후 무려 3차례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당시 학대로 단정할 정황이 없다고 돌려보냈다"며 "주위에서 아이를 살릴 기회를 줬음에도 왜 경찰과 어른들은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느냐"고 분노했다. 이어 "부모가 길거리에서 아이를 대놓고 폭행해야만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느냐"며 "아동학대 신고 시 보다 즉각적이고 적극적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해당 사건이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못 받을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이에 청원 종료를 앞둔 이날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참여 독려 운동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부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고통스럽게 하늘로 간 16개월 입양아는 청원 다시 올려 줄 부모도 없다. 동의 부탁한다"며 참여를 촉구했다.
입양 후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던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조사됐다. A양을 사망하게 한 입양모 B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돼 19일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은 B씨의 남편도 공범으로 의심했으나 폭행 가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더 이상 아동학대 방지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세상의 전부인 엄마에게 아기가 받은 것은 학대였다. 16개월 아기의 뽀얗던 다리는 피멍이 맺혀 잿빛으로 변했다. 지속적으로 재발되는 아동학대에 총리이자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신고에 경찰 동행 출동을 원칙으로 하고, 학대 정황이 명확히 의심되는 경우 즉각 임시분리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신설한다"며 "아동학대 처벌 강화 TF팀이 학대 사건을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양형기준을 검토하고 연말까지 제안서를 양형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